
◇ 금통위 경기회복세 미약, 유로존 경기침체우려 등으로 기준금리 인하
10월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동결 vs 인하’시각이 팽팽히 맞섰으나 금융당국은 결국 금리인하를 택했다. 금통위는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연 2.00%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두달 만에 결정된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이로써 기준금리는 사상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번 금리인하 배경은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조정할 만큼 경기회복세가 미약한데다 유로존의 경기침체우려가 불거지는 등 대외악재도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시장금리로 쏠리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채권운용에서 앞다퉈 늘리고 있는 국고채의 경우 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가 직접적으로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번 결정으로 시장금리가 상승 혹은 하락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 초긴장상태다. 현재 시장에서는 시장금리 반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 이유는 기준금리인하와 관계없이 시장금리가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사채권운용의 주요 투자대상인 국고채금리는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 주된 트레이딩대상인 국고채 3년물은 지난 1일 2.219%까지 급락했다. 이는 역사상 최저치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다른 중, 장기물도 하락세다. 같은 날 국고채 5년 2.426%, 10년 2.8045, 20년 2.980%, 30년 3.057%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별다른 뚜렷한 재료없이 금리인하기대감만으로 시장금리가 폭락하자 시장참여자들은 적잖이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대표적 예가 초장기물인 30년물 입찰미달이다. 30년물은 저금리시대의 신투자대안으로 주목을 받으며 매회마다 완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입찰에서 발행금액 7000억원 가운데 6960억원이 낙찰되며 발행역사상 처음으로 미달됐다. 듀레이션이 큰 장기물일수록 시장금리인상시 손실폭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참여자들이 최근 저금리수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 기준금리하단 기대감 형성, 시장금리 상승으로 반전할 듯
현재 채권시장은 매수 우위(Long-bias)의 시장이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약 8조원 순유출된 반면 채권형펀드로는 약 12조원이 순유입됐다. 여기에다 KDB대우, 우리투자, 삼성,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증권사들도 채권보유규모를 평균 12조원대로 늘리며 롱전략으로 대응하면서 채권시장강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금리인하로 롱기조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추가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해소됨에 따라 거꾸로 금리하단기대감이 형성되며 시장금리가 되레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트레이드증권 권규백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25bp 인하돼서 2.0%인 상황에서 한은 총재 발언은 보수적일 수 밖에 없고, 추가인하에 대한 의구심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이라며 “시장금리 방향은 위로 지금 상황에서는 금리의 추가하락보다는 상승 가능성에 배팅 하는 것이 기대수익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기준금리가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금리가 적정수준을 하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통위가 디플레 우려를 반영하는 등 펀더멘털전망을 보수적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추가 인하 여지는 남겨뒀다는 것이다.
동부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연 2.0% 기준금리를 가정한 적정 수준을 하회하고 있지만 이는 언더슈팅이라기 보다는 1%대 기준금리도 가능하다는 시장의 예상을 반영하고 있다”라며 “기준금리의 하단 전망은 기존의 2.0%를 유지하지만 추가인하 여지는 충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시장금리가 반전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증권사의 1~3분기 연속 채권운용대박행진은 멈출 것으로 보인다. 단 시장금리는 급격한 반등보다 지난 8월처럼 차익실현 등으로 단기반등 뒤 하향안정화될 수 있어 손실은 제한적이다.
대형증권사 FICC본부장은 “기준금리가 동결하면 시장금리가 많이 오르고, 인하할 경우 오름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었다”라며 “기준금리가 25bp인하 이후 1%대로 추가인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이미 시장금리상향을 염두해 심플하게 포지션을 가지는 등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연초와 다르며 4분기 채권운용에서 손실을 입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성과는 괜찮다”라며 “4분기 시장금리가 오르더라도 밸류에이션에 여유가 있어 크게 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