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의 주장과 달리 그룹 리스크가 동부화재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동부 측은 금융계열사와 제조업 계열사가 지분상 분리돼 있어 구조조정 여파가 금융계열사에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채권단이 김준닫기

회장일가에게 동부화재는 금융지주 작업의 핵심이자 유용한 돈줄이다. 2004년 6월 동부하이텍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650억원을 지원했으며 2007년 12월엔 133억원 규모의 동부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2008년 8월엔 동부캐피탈에 CP(기업어음) 할인대출로 50억원을 빌려줬고 2009년 3월 동부생명에 400억원의 후순위대출을 해줬다.
2009년 9월 동부제철이 유상증자를 할 때 68억원을 내준 것도 동부화재다. 2011년 4월에는 동부증권이 발행한 후순위채권 500억원을 매입했으며 당해 11월 동부건설이 찍어낸 BW(신주인수권부사채) 127억원을 사준 것 역시 동부화재다. 2012년 6월에 설정된 동부사모부동산투자신탁에도 150억원을 지원했다.
이처럼 계열사에 돈 필요한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소방수로 나오는 게 동부화재다. 괜히 그룹의 ‘소년가장’이란 소릴 듣는 게 아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브릿지론(임시방편 자금대출) 담보로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닫기

동부 입장에선 이미 김 회장 지분 6.93%를 담보로 내놓은 상황이라 유력 후계자인 김 부장의 지분은 최후의 보루와도 같다. 금융지주 재편을 위해 금융계열사 지분이 동부화재로 대거 쏠려 있기 때문에 화재의 경영권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금융계열사 전부를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와중에도 동부는 아이엠투자증권 인수에 참여했는데 이는 금융지주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당국이 구조조정에 더딘 동부그룹의 목줄을 잡을 카드로 동부화재 지분을 노렸다는 시각이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접했던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전까지 금융사고가 그의 임기 전에 발생한 것이었다면 동부, 한진, 현대는 임기 중에 터질 수 있는 사태라 큰 데미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된 한진, 현대와 달리 동부는 지지부진한 상태라 더 주의하고 있다는 것.
이러다보니 동부사태를 바라보는 보험업계의 심정은 남다르다. 동양, LIG 등 이미 멀쩡한 보험사들이 그룹 리스크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제조업에서 시작한 그룹의 오너들은 보험산업에 별 애착이 없으면서도 정작 보험사는 돈줄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좋게 말해서 캐시카우(cash cow)지 달리 말하면 ‘사금고’나 다름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