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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고지(高地)가 가지는 중요성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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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3-19 22:15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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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고지(高地)가 가지는 중요성
◇ 모든 사물의 호감 황금비는 1:1.6

사람들은 예쁘다는 느낌을 어떻게 가지게 되는 것일까요? 서양에서는 오래 전에 예쁘다는 느낌이 ‘황금비’와 관련이 높음을 발견했습니다. 황금비는 가로 세로의 비율이 대략 1:1.618인 비율을 말하는데 이때 사람들은 편안한 느낌을 가지게 된답니다. 서양에서는 황금비가 폭넓게 사용되어서 그리스의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에도 황금비가 적용되었답니다.

심지어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독일제 수입차인 BMW의 5시리즈(6세대)도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비율이 1:1.6이랍니다.

실생활에서도 황금비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황금비 직사각형이 많이 활용됩니다. 월급쟁이들의 명함, A4용지 그리고 신용카드의 가로 세로 비율이 황금비에 가깝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19세기 독일의 수학자며 심리학자였던 페히너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답니다. 여러 가지 직사각형을 늘어놓고 어느 직사각형이 마음에 드느냐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주로 선택한 직사각형은 황금비에 가까운 것들이었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황금비에 가까운 직사각형들에 마음이 끌리듯이 황금비가 적용된 얼굴이 예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예쁜 여자 연예인들의 얼굴은 대부분 황금비에 가깝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황금비는 사람들의 감정만이 아니라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어떤 실험에서는 기금 모집을 목적으로 가가호호 방문하는 판촉에서 기금모집인의 신체적 매력이 매우 중요했음이 확인되었답니다. 모금자의 신체적 매력이 1 표준편차만큼 높아지면 평균 기부금이 50%에서 135%까지 늘어났답니다.

다른 실험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대출을 권유하는 우편물에 여성의 사진을 넣었더니 대출이자율을 30% 정도 낮출 때만큼 대출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더욱이 이럴 때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집인의 매력이나 여성의 사진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깨닫기도 전에 행동부터 한다고 실험자들은 밝혔습니다.

◇ 감독당국도 행동경제학을 활용하면 효율적일 수 있어

최근 행동경제학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러한 사실들이 더욱 밝혀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입니다.

영국에서 작년 4월부터 금융행위감독을 맡게 된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가 발표한 보고서를 저희 재단이 번역해서 작년 10월에 “금융 감독에 행동경제학 적용하기”(투자자보호 시리즈 6)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바 있습니다. 이때 FCA가 보내준 휘틀리 청장 명의의 한글판 서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몇 가지 실수들은 지속적으로 발생해서 예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금융회사들이 가격이나 품질 경쟁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다른 영업 모형을 설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감독당국이 행동경제학을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서 그러한 영업 모형에 맞대응하고 소비자들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다.”

역으로 이런 현상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불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영국에서 범용자문과 금융교육을 담당하는 MAS(Money Advice Service)가 2010년 발표한 보고서를 역시 저희 재단이 번역해서 작년 1월에 “금융행동 바꾸기”(투자자보호 시리즈 5)라는 제목으로 발간하였습니다.

이때 저자들이 보내준 한글판 서문 중 한 부분을 인용합니다. “금융자문업은 사람을 상대하는 사업이기에 다른 일반적인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금융자문업자가 이러한 요인들을 알고 있는 지식과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다른 경쟁자들보다 우월하게 현재 영업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미 “마케팅”이라는 학문을 통해서 공공연하게 알려진 내용들도 많겠지요. 결국, 의자 뺏기 놀이처럼 누가 확보하는가에 따라서 정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행동경제학의 발전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해가 될 수도

또 하나 생각할 것은 금융교육과의 관계입니다. 사람들이 황금비를 보면 편안해한다는 말은 반대의 경우에는 불편해서 외면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행동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시스템1과 시스템2가 있답니다. 시스템1은 거의 힘들이지 않고 자발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시스템2는 복잡한 계산 등 노력이 필요한 정신활동을 담당합니다.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는 시스템2가 필요한데 문제는 용량이 작고 쉬 피곤해지는 것이랍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 대학교 심리학과 카너먼 교수는 가석방을 전담했던 이스라엘 판사 여덟 명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심사 시점에 따라 가석방 승인율이 크게 바뀌었답니다. 즉, 식사 시간 직전에는 0%까지 떨어졌다가 식사 후엔 65%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최고의 전문직이며 가석방이라는 매우 중요한 결정을 함에도 일관되게 동일한 주의를 하기 어렵다는 예시입니다.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금융개념을 가르치고 꼭 필요하면서 단순한 금융행동을 실행시키는 것까지는 가능하겠지만 현대 금융시장의 수많은 금융상품 중에서 자기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라는 것은 가석방 전담 판사들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금융의사결정은 어쩌다 한 번 이루어지기에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더라도 다음 의사결정 시점에는 기억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결국 금융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와 정도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그 이상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행동경제학은 전쟁터에서 중요한 고지와 같습니다. 누가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더 없이 강력한 창도 방패도 될 수 있습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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