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선주 조정장속에 강세, 보통주 대비 가격비율 5년 이래 최고수준
우선주가 조연에서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주는 보통주에 부여된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높은 배당금 수령권과 잔여재산 청구권이 존재하는 종류증권이다. 이제껏 우선주는 본주인 보통주에 밀려 주가도 낮고 거래도 잘되지 않아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 조정장에서 우선주의 주가가 껑충 뛰어오르면서 증시의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투자자들이 보는 눈길이 달라졌다.
실제 주요 우선주의 주가 움직임은 눈부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우선주지수는 시가총액 비중 코스피대비 7.6%p 아웃퍼폼했다. 우선주의 밸류에이션 지표인 보통주 대비 가격비율(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준)도 57%로 올랐다. 이는 지난 5년 이래 최고수준이다. 보통주의 주가를 바짝 쫓는 사례도 목격되고 있다. 삼성화재 보통주 대비 우선주의 가격비율은 1년 전 38%에 불과했으나 최근 72%까지 급등한 상황이다.
우선주의 약진은 ‘고성장 고수익’에서 ‘저성장, 저수익’으로 바뀐 증시패러다임의 변화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실제 저성장의 늪에 빠진 국내 기업의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배당주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보통주에 비해 평균 1% 정도 높은 우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200 보통주의 배당수익률은 0.94%인 반면 우선주의 배당수익률은 1.87%를 기록했다.
우선주의 관심은 주주이익환원율제고와도 일맥상통한다. 투자패러다임이 자본차익일변도에서 Total Return(투자총수익) 제고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보통주 대비 높은 배당수익을 거둘 수 있는 우선주가 주주이익환원율제고차원에서 재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지배구조강화로 경영참가목적인 투자자가 급감한 것도 우선주 흥행의 요인이다. 주요기업 대부분이 경영권안정을 위해 오너일가와 계열사간 상호지분출자구조로 경영권을 행사한 탓에 단순한 지분매입에 따른 M&A로 경영권을 위협하기가 쉽지 않다. 이같은 경영권강화로 의결권을 갖는 보통주의 프리미엄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 기업투명성강화로 할인율해소, 배당수익률로 우선주 리레이팅 기대
이처럼 시장환경변화로 우선주의 약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 이훈 연구원은 “선진화된 기업투명성과 함께 자사주 매입시 우선주를 포함하는 등 주주친화정책면에서도 차별화되고 있어, 해외 우선주 대비하여 높게 할인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라며 “한국 기업들의 투명성이 개선됨에 따라 우선주의 근본적인 할인요인인 의결권 가치가 빠르게 축소되어, 우선주는 더 이상 보통주 대비 높게 할인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투명성강화에 따른 경영권안정으로 할인요인이 해소되며 주요 그룹 우선주들이 보통주 대비 70~8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점차 우리나라의 배당수익률은 선진국 배당수익률에 근접할 전망인데, 그 이유는 저성장 속에서도 주가의 안정적인 흐름을 위해서는 구조조정 등을 통한 이익안정성 제고과 함께 투자자들을 위한 배당을 생각하지 않을 수 때문”이라며 “특히 우선주 중에서 고배당 우선주에 관심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당수익률이 선진국에 근접하는 과정에서 우선주가 리레이팅될 것이라는 논리다.
한편 최근 우선주의 쏠림현상으로 우선주가 오버슈팅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양해정 연구원은 “횡보구간의 대안인 우선주도 쏠림의 극단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우선주의 배당에 기반한 가치 재평가는 마무리 국면으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