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김석영·김해식·조재린 연구위원은 ‘싱가포르의 보험회사 지급여력제도 개편 논의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싱가포르가 공개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 시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이 점이 국내 제도개선에 있어 시사점이 될 것으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의 RBC제도 개편은 우리나라 RBC제도 개편작업과 매우 유사한데 싱가포르의 경우 분명한 목적을 제시하고 보다 공개적으로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싱가포르는 RBC 산출 관련 신뢰수준과 리스크 상관관계는 물론 내부모형, 리스크마진 등 RBC 전반에 관한 다양한 쟁점사항을 보험산업 이해관계자들에게 모두 공개하고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제도 개편이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12년부터 RBC개편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2012년에 RBC제도 개편 로드맵(RBC2)을 공표했으며, 싱가포르 지급여력제도가 국제적 정합성 제고에 노력하고 있음을 대외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RBC제도 개편작업과 유사하다. RBC2는 감독조치수준의 구분, 요구자본 산출 시 99.5%의 신뢰수준 적용과 리스크 상관관계 불허, 내부모형 도입, 6%의 요구자본비용을 적용한 리스크마진 산출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으며 싱가포르 금융당국(MAS)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RBC2 Review’를 시장에 공표했다.
이에 싱가포르 보험계리사회 등은 싱가포르 보험시장이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큰 문제없이 견뎌내 현행 RBC 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싱가포르 보험시장에 적합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싱가포르 계리사회는 보험사의 의견이 아닌 회원들의 객관적인 의견을 수렴해 의견서를 작성했으며, RBC2에서 제시하고 있는 신뢰수준 상향(99.5%)과 리스크 상관관계 불허에 대해 신뢰수준 상향의 적정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리스크 상관관계 불허에 따른 부작용을 언급했다.
또 내부모형에 대해서는 인가 절차가 불분명하고, 내부모형의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할 경우 모든 보험사에 강제할 사항이 아니므로 전사적위험관리(ERM)와 보험사의 자체 리스크 및 지급여력평가와 보고제도(ORSA)가 도입된 후에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함께, 리스크마진 산출에 대해서는 자본비용방식을 일방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런한 논의들과 함께 감독당국의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이 많아 MAS가 제시한 본래 일정보다 RBC2의 본격적인 시행이 2016년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싱가포르의 RBC제도 개편과 관련된 공개적인 논의는 자연스럽게 쟁점을 둘러싼 보험산업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을 수용하면서 지급여력제도를 자국 보험시장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제언했다.
최근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업계는 RBC비율 기준강화 시기를 조정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감독당국에서도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할 방침을 밝힌바 있어 싱가포르의 이 같은 방침이 국내 보험시장에 새로운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