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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땅에 붙이고 생각하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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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12-01 22:20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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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땅에 붙이고 생각하자
경찰관, “대포통장만 없애면 보이스피싱 100% 사라진다” 장담

새 통장 만드는데 2-3일 걸리는 외국계은행 보이스피싱율 낮아

김미영 팀장에게 문자 받아보셨지요? 아마 한두 번 받아 보셨을 겁니다. 대출사기의 상징 ‘김미영 팀장’ 조직이 경찰에 적발되었다고 합니다. 경찰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최근까지 대출을 해준다는 문자를 보내서 543명으로부터 보증보험증권 발급 수수료 및 인지세 명목으로 약 39억 원을 챙겼답니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사기 규모가 1,000억 원이 넘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집니다. 보이스피싱이 하도 기승을 부리다 보니 어느 공중파 방송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이를 주제로 하는 코너까지 등장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났습니다. 물론 개그 프로그램이니만큼 이들의 보이스피싱 시도는 매번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주지만 김미영 팀장 일당의 범행을 보면 보이스피싱의 현실이 결코 웃어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008년 이후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례는 총 37,000건이 넘으며 피해액은 4000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은 2006년 6월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2008년을 정점으로 잠시 감소했으나 대체로 발생건수와 피해금액이 해마다 늘어났으며, 특히 고령자들을 상대로 기승을 부리는 점이 눈에 띱니다. 다행히 얼마 전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금년 상반기 중 보이스피싱이 작년 동기에 비해 50% 이상 감소했다고 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결과가 정부 합동 단속반이 보이스피싱 사범 집중 단속을 통해 1,000명 이상을 검거하였고 아울러 작년 5월부터 300만 원 이상의 카드론은 입금시간이 2시간 늦춰지고, ARS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카드회사가 고객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본인 여부를 확인한 후 처리하는 등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개선의 덕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작년 5월에 본고에서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내용을 소개하면서, ‘일부 불편함은 불가피하겠지만, 과거 약방에 감초처럼 내놓던 홍보강화 해법과는 정책 실효성 면에서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이런 결과는 당연한 것입니다.

아무리 홍보를 강화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실효성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교육을 위해서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어렵습니다. 다 같이 바쁘게 사는 현실에서 당장 급박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교육을 받기 위한 시간을 만들기가 어렵지요. 교육 받기 위해 모였다고 해도, 또는 교육 자료를 온/오프라인 상 배포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자료를 읽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료 제작비용이나 배포비용 대비 효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교육을 잘 받았다고 해도 그 내용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두뇌가 아무리 정교하고 훌륭하다고 하지만 동시에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생각하지는 못합니다.

최근에 컴퓨터의 저장장치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어서 하드디스크 용량이 테라바이트 단위이고, 심지어 메모리를 이용하는 SSD까지 나왔지만 저장장치에 저장된 모든 정보를 동시에 볼 수는 없습니다. 즉, 몇 기가바이트 정도 되는 주 메모리의 한도 내에서 저장된 정보를 선별해서 보게 되는데 사람의 두뇌 역시 선별해서 생각해야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급한 일은 있게 마련이어서 보이스피싱에 대한 교육 내용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홍보나 교육보다는 제도개선이 효과적이라는 추론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현실적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국정감사에서 보이스피싱 근절 방안을 내 놓은 한 경찰관은 대포 통장, 즉 타인 명의의 통장만 없애도 보이스피싱이 100% 사라진다고 장담했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피해자들의 돈을 입금 받을 때 자신의 통장을 이용할리는 만무하고 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런 통장만 막으면 보이스피싱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신원 확인과 증빙 서류 준비 등 통장을 만드는 절차가 까다로운 어느 외국계 은행은 최근 몇 년간 보이스피싱 발생률이 은행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합니다. 금융당국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통장 발급 기본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답니다. 앞에서 소개한 외국계 은행의 경우 통장을 새로 발급 받으려면 2~3일이 걸리는 반면에 국내 은행들은 은행 창구에서 신분증만 제시하면 5분 만에 새 통장을 받을 수 있기에 대포통장으로 사용될 여지가 많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2011년 9월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새마을금고나 우체국의 통장이 보이스피싱용 대포통장으로 사용된 비율은 각각 2.5%와 1.5%로 매우 미미했으나,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포통장을 집중적으로 단속하자 금년 10월에는 그 비율이 각각 11.0%와 14.6%로 급증했다고 하니 상당한 실증적 근거를 가지는 분석으로 생각됩니다.

사람들을 교육시키고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가 높다는 논리가 보이스피싱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넛지」의 공저자인 하버드대학교 선스타인 교수는 전기요금 절감도 캠페인이 아니라 간단한 절차 변경 하나만으로도 가능했다고 합니다.

대개의 경우 정부가 국민들에게 ‘전기를 아껴 달라’고 호소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답니다. 그런데 영국과 미국에선 한 가지 프로세스를 바꿔 꽤나 큰 효과를 봤답니다. 내 옆집 사람의 에너지 사용량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내 옆집에서 전기요금을 훨씬 덜 냈다는 걸 알게 되면, 자기도 전기를 덜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즉, 사람들에게 알리고 홍보하고 호소하는 방식보다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경향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주장입니다.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대포통장을 확실하게 규제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최근 동양사태 이후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해서 금융교육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금융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금융교육은 매우 중요하며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예방과 마찬가지로 교육과 홍보로 불완전판매를 막을 수 있는 여지는 별로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제도개선이 필요한 문제점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경향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금년 4월에 영국의 신설 금융감독기구(FCA)에서 금융 감독에 행동경제학을 적용하겠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7월에는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에서도 금융 감독에 행동경제학을 반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런 인식을 배경으로 합니다.

물론, 이러한 고민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지루한 과정이겠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고 또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고민입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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