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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지배구조에 관한 소고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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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11-24 21:49 최종수정 : 2014-03-06 16:01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손성동 연금연구실장

퇴직연금 지배구조에 관한 소고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어느덧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양적으로 보면 기대에 못 미친 감은 있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성장해왔다.

그럼 질적인 평가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양적인 평가에 비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질적인 부분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근거는 다양하다. 퇴직연금제도 도입 및 운영 과정에 근로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 원리금보장형 중심의 적립금 운용 패턴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 여전히 수급권보호가 미흡하다는 점, 퇴직급여가 노후자금으로 적립되지 않고 중간에 빠져나간다는 점, 중소사업장의 가입률이 저조하다는 점 등 부정적 평가에 대한 근거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이를 잘 인식하고 있던 정책당국에서는 퇴직연금의 기본법령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전면 개정해 2012년 7월 2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전면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개정안의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에서 현행 퇴직연금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기금형을 도입해 퇴직연금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이들 주장의 논거는 계약형만으로는 현행 퇴직연금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수급권 보호 강화, 적립금 운용의 개선, 선택권의 확대 등을 위해서는 기금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 기금형·계약형·신탁형의 퇴직연금

OECD에서 법적형태에 따라 구분한 퇴직연금 지배구조는 기관형, 계약형, 신탁형 등 3가지 형태다. 기관형은 퇴직연금을 설정하는 기업과는 법적으로 독립된 별개의 조직, 즉 연기금(pension fund)을 만들고 여기에서 퇴직연금의 운영과 관련한 제반 의사결정을 내리는 형태다. 기관형 지배구조는 덴마크, 핀란드, 헝가리, 이탈리아, 노르웨이, 폴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 등 유럽 대륙국가와 일본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기관형의 조직형태는 재단법인, 사단법인, 영리법인 등 다양한 모습이 있다.

계약형은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퇴직연금 자산을 외부의 유자격자, 일반적으로 외부 금융기관에 맡겨 운용하는 구조를 말한다. 계약형은 유럽의 일부지역(체코, 포르투갈, 스페인, 슬로바키아, 터키, 이탈리아, 폴란드 등) 및 멕시코, 한국과 일본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신탁형은 기관형과 계약형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지배구조로 퇴직연금 자산에 대한 법적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있는 형태를 말한다. 수탁자는 퇴직연금 자산을 가입자와 수급자의 최대이익만을 위해 관리·운용해야 한다.

신탁형은 영국과 미국 등 앵글로색슨계 국가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영미의 퇴직연금 지배구조가 같은 신탁형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세부내용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영국에서는 수탁자로 기업과 법적으로 독립된 사람만 임명할 수 있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사용자 측 인사나 제3자 등도 수탁자로 임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금형이라고 하는 것은 3가지 퇴직연금 지배구조 유형 중에서 기관형과 신탁형을 아울러 부르는 명칭이다.

◇ 퇴직연금 지배구조와 관련한 최근 이슈

OECD 퇴직연금 작업반에서는 2005년 4월 ‘퇴직연금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은 2009년 6월 개정판을 내놓았다. 2009년 개정판에서는 지배주체의 적합성 요건을 더욱 엄격히 할 것과 도덕성, 역량, 경험, 전문성 수준을 더욱 높일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외부전문가의 자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요구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각국의 퇴직연금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라 생각된다. 이와 관련해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주장하는 Keith P. Ambachtsheer의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퇴직연금 지배구조에서 지배주체의 능력이나 경험보다는 그들이 대표하는 이해관계를 지속적으로 강조한 결과, 퇴직연금 관리에서 그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연금이사회에 너무 많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능력 미달의 사람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주장하기 위해 퇴직연금 지배구조에 적극 참여한 결과 퇴직연금 운영이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OECD 가이드라인 개정판에서 요구하는 지배주체 적합성의 핵심내용이 참여자의 역량과 전문성이라는 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제는 퇴직연금 지배구조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할 때다. 퇴직연금의 기본목적이라 할 수 있는 대리인문제와 이해상충의 최소화에 몰입하다보면 Ambachtsheer가 지적한 함정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것이 ‘좋은 퇴직연금 지배구조’다. 좋은 지배구조는 퇴직연금 지배구조의 기본 목적을 넘어서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저렴한 비용을 부담시키면서 높은 운용성과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지배체제의 역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배체제에 대한 감시·감독이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좋은 지배구조 모델도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면 좋은 지배구조라 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지배체제에 대한 감시·감독이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지배구조와 관련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핵심내용을 정리하면, 지배체제의 역량 제고와 지배체제에 대한 감시·감독의 강화라 하겠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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