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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독촉 못하게 하는 채무자대리인 제도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3-10-03 21:51

성균관대 경제학과 이재웅 명예교수

빚 독촉 못하게 하는 채무자대리인 제도
채무자 보호 못지않게 채권자 권리 보호하지 않으면 신용질서 심각한 위기초래

채무탕감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로는 서민금융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

얼마 전 TV의 개그 프로에 나온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채무불이행자들에게 왜 빚을 갚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빚 독촉을 하지 않아서 갚지 않는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다소 뜻밖의 응답이라서 당혹스럽다. 이 조사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빚진 사람들은 대부분 빚 독촉이 없으면 빚을 갚아야 할지 또는 빚을 갚아도 되는지를 판단하느라고 스스로 고민하는 것 같다.

최근 국회에서는 대출시장의 불법추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란 ‘채무자가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면, 채권추심인은 채무자와 접촉을 할 수 없도록’하는 것이다. 법(法)으로 빚 독촉을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를 추진하는 정치권에서는 ‘채무불이행자의 법적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채무변제 회피 수단으로 전락하면 신용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채무불이행자 수가 350여만 명에 이르고 불법추심 행위가 없지 않은 상황에서 채무자 보호의 필요성은 공감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을 유지하고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미시킨(Frederic S. Mishkin)교수는 금융시장에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逆選擇)‘이 극심하면 금융시장이 효율적으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자금이 생산적 투자에 배분되지 못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도덕적 해이(道德的 解弛)란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린 사람이 가능하면 갚지 않으려는 유인(誘因)을 의미한다.

예컨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행복기금이 연체된 대출에 대해서 채무조정을 해줄 경우 채무자가 혜택을 받기 위해 빚을 성실하게 갚지 않고 연체할 우려가 있다. 한편, 역선택은 신용도가 높은 사람보다 오히려 낮은 사람에게 대출해줄 위험을 말한다. 따라서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이 줄어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금융기관은 빌려준 돈을 떼이고 대출이 크게 줄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우리 금융시장에서 가계부채와 서민금융이 가장 큰 불안요인이며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다. 가계부채가 대규모 부실화될 경우 가계부채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적지 않다. 한편 정부의 경제민주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민금융은 위축되고 있다. 한동안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정부가 주도하는 친서민금융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듯했다.

그러나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고금리 대부시장을 확대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들은 모두 금융기관의 대출이 순조롭게 상환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기능정상화는 정부가 직접 개입할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을 해소해야 한다.

정부가 채무자대리인 제도 등으로 부채상환을 가로 막거나 가계부채를 감면하고 서민들에게 자금을 퍼주는 식으로 대출시장에 개입하면 개인 부채를 정부가 떠맡는 것에 불과하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역선택을 초래하며 그 결과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금융회사는 무엇보다 빌려준 돈을 떼이지 않도록 차입자를 잘 선별해야 한다. 또한 빌려준 돈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방향에서 정부는 건전한 금융시장 환경을 마련하고 금융회사들을 규제, 감독해야 한다. 이것이 ‘건전성 감독’이다.

현재 논의 중인 채무자대리인 제도가 그대로 도입될 경우 금융시장에 엄청난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런 포퓰리즘 정책은, 비록 취약계층을 배려함으로써 사회 안정을 얻겠다는 착한 의도가 인정되더라도, 채권자와 채무자 권리의 균형을 깨트려서는 안 된다.

이미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채무탕감을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설상가상 채무자대리인 제도까지 도입한다면 금융시장은 완전히 채무자의 천국이 되지 않겠는가. 그 결과 가계부채와 서민금융은 더욱 악화되고. 채무자들은 가혹한 사채시장으로 내몰리지 않겠는가?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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