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대신 금감원은 업계가 민원평가에 대해 통합된 의견을 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악성민원에 대해선 불합리한 민원은 평가기준에서 제외하지만 정도가 심한 폭력적인 민원은 각 사별로 선별해 대처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코리안리빌딩에서 개최된 ‘보험소비자 민원발생 요인과 해결방안’ 세미나에서 김용우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 선임국장은 이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국장은 “민원평가를 계약 10만건당 몇 건식으로 하다 보니 기준을 잡는 게 어렵다”며 “회사별, 상품별로 성향에 따라 평가결과가 좌우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최대한 의견수렴해 바꿔보려고 한다”며 “대신 통일된 업계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비합리적인(unreasonable) 민원과 폭력적 민원은 민원평가 할 때 빼주겠다고 전달했는데 소통이 안 됐다”면서 “언어폭력 등이 동반된 협박성 민원은 감독원 기준에 맞추는 것보다는 회사기준으로 선별 대응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 7월말 ‘민원감축 표준안’을 마련하자 애매모호한 평가기준으로 업계의 불만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세미나에서도 민원평가 기준에 대한 성토가 많았다.
이제경 라이나생명 전무는 “국내 보험민원 건수가 외국에 비해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 없는 이유는 민원기준이 국가별 차이가 있어 관련 비교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라며 “긍정적 민원, 부정적 민원, 악성민원 등 민원발생 원인이 달라 서열을 매겨 평가하는 것은 객관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라이나생명의 경우, 10만건당 민원건수는 업계 최저이지만 민원평가 등급은 3등급, 불완전판매율로 보면 중상위권에 위치한다”며 “불완전판매율의 경우, 금감원은 청약처리를 민원건수에 포함시키는 반면 생보협회 공시자료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등 지표자체가 민원평가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규선 삼성화재 고문도 “실손보상하는 보험금 지급관련 민원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며 “지급관련 민원은 총 민원건수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며 “보험중재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보험금 산정 및 지급에 대한 중재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만 한화손보 상무 역시 “최근 소비자보호 강화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악성민원 단속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민원의 대부분은 지급 관련 내용으로 애로사항이 많다”며 “악성민원인은 개별금융기관의 노력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므로 엄격한 법규적용 및 민원수수료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순재 세종대 교수 또한 “민원감축으로 인해 보험금 지급액이 늘고 보험가입자 및 보상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유발되면서 정작 악성소비자 대책이 누락되는 등 오히려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보험 옴부즈만 제도 등을 검토하고 민원평가에 금감원 기각건, 당사자 간 소송중인 건, 동일인의 반복민원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