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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금융 넘어 몰금융 세태, 결말 뻔하다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3-09-08 18:02 최종수정 : 2014-07-17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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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금융 넘어 몰금융 세태, 결말 뻔하다
“통계지표에선 올해 28위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는데 설문조사 결과는 큰 차이가 난 것으로 볼 때 조사(방법)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

금융위원회 김용범닫기김용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정책국장이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발표된 ‘WEF 국가경쟁력 지수’를 놓고 성토하는 과정에서 내뱉은 말이다. 금융관련 항목에 대한 통계지표 평균순위를 따져 봤더니 28위로 나왔는데 설문조사로는 평균 96.6위로 나왔다며 답답해 했다.

“국가간 비교가 아니라 해당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자기 나라 금융시장에 대한 만족도 조사여서 객관적 경쟁력을 의미하지 않는”다든지 “설문대상자가 기업 CEO들이어서 금융 전문가가 아니었고 설문 회수율도 16% 수준이어서 통계적 타당성은 더욱 떨어진다”는 대목에선 상당히 강한 톤으로 이의를 제기한 모습이었다.

금융계 취재 기자로서 즉석에서 받은 느낌으로는 공감할 만한 내용이 꽤나 많았다. 세계경제포럼 조사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친숙한 스위스 IMD 국가경쟁력 순위와도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을 부각한 것도 설득력을 높이는데 한 몫 했다.

하지만 긴박한 속보 처리를 마친 뒤 한가해 진 때 전체 맥락을 거슬러 보고 범위를 넓히면서 통투(通透)하고자 애써 보았더니 생각할 것들이 한 가득해지는 경험을 맛보고야 말았다. 일단 국제적 공신력을 지녔다는 그 많은 민간 기구 또는 매스미디어들에 대한 사대주의가 낳은 흔하고 흔한 ‘굴욕’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 나라가 OECD에 가입하면서 선진국 등극에 의욕적으로 나섰던 때가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걸로 기억 난다. 그 때 정부의 구호가 ‘국제경쟁력’이었다. 국제적으로 이름난 곳으로부터 평가를 받고 상을 타려고 애쓰기 시작한 덕에 새롭게 친숙해진 것 가운데 IMD평가와 WEF평가도 포함돼 있다. 때로는 정부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논거로 삼았으며 때로는 높은 수준의 질적 경쟁력을 갖추려 분발하자는 스스로의 채찍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의 반론에 이어 금융위원회 반론을 듣고 보니 우리는 굉장히 어설픈 평가기관이 매긴 점수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했던 것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이름난 기구들의 평가가 얼마나 정확하고 적절했나 생각해 보면 적중률이 형편 없는 게 사실 아닌가. 지금도 여전히 우리 정부가 환대해 마지 않는 무디스와 S&P가 우리 나라 외환위기를 사전에 예상했던가? 아니다. 불과 한 두 달 사이 초우량 수준에서 정크본드 등급으로 격하시켰던 이들 초국적 신용평기기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다지 신통하지 않은 곳임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래도 힘이 워낙 세다 보니 의전에 신경을 쓰면서 대우해 주긴 해야 하는 정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 나라 오피니언 리더들은 선진국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환상보다 더 심하게 해외 기구의 평판에, 심하게 표현하면 환장하는 경향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이게 다 우리 스스로 리서치할 역량이 안되니 남의 평가로나마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가짐을 다시 고쳐보는 보약 삼으면 될 노릇인데 과도한 공신력을 우리가 부여했다가 우리 발등을 찍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고 이번 경우도 그 비슷한 구석이 적지 않아 보인다. 둘째로는 국내에 만연한 반금융 정서가 아예 몰금융 정서로 번지고 있는 저간의 사정을 금융위 핵심관계자들은 제대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김 국장은 WEF 설문조사 당시 국내 은행 이익 반토막이라던지 금융회사들이 갑의 횡포를 부린다던지 하는 언론보도가 잦았던 것을 설문조사 상 순위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고서는 “금융계 현장을 출입하는 언론인 여러분이 잘 아시고 계시니까” 이번 WEF 조사결과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와 대응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사회 반 금융정서의 주력군은 대학 이상의 학력을 지녔으며 대기업 간부 이상으로서 사회 안에서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층인 현실을 잠시 간과한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를 안 받는 나라(유럽이 그렇다고 한다)도 있는데 내 돈 찾을 때 왜 수수료를 내는가? 하는 은행비판론의 경우 그런 나라는 계좌유지 수수료라는 우리로서는 ‘듣보잡’인 것들이 있다. 24시간 365일 조금만 움직이면 거래은행이 달라도 쉽게 현금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할 만큼 다른 이익원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대중의 평가는 이렇다.

기업인들은 더욱 심하다. 기업경영 입장에서 대출 퇴짜도 맞아 봤고 예금 이자는 왜 이리 적은지 각박하다 생각할 때도 있다. 금융회사들이 소비자 친화적이지 않았으니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겠지만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 수준의 서비스와 금융상품 수준이 아니고서야 국내 대중매체 지상에서 횡행하는 금융회사 비판론의 근본심리를 충족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최근 대형 은행 한 고위관계자와 서민 안주에 소주 한 잔 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툭하면 은행원 연봉 너무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입행한 지 얼마 안된 후배들의 경우 제조업이나 IT 대기업 정규직 화이트칼라들과는 연봉은커녕 각종 복지후생에서 꿀리는 게 사실이라고 한다”며 격세지감을 논했다.

이미 최고 수준의 인력은 죄다 재벌로 불리는 국내 유수 대기업으로 가는 게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은행들의 인건비 비중이 과다하고 연봉이 비싸다 하여 더 깎아 보라. 예금자 돈을 잘 운용해서 이자를 돌려주고도 어쩔 수 없는 손실을 다 감당하고 총자산의 1%라도 이익을 내려고 하는 게 은행인데 지금보다 더 낮은 수준의 인력을 끌어 모아서 어느 세월에 해외진출을 해서 금융을 주력산업화 하겠다는 것인가. 이중적이고 이율배반적 담론이 오피니언 리더들의 혼백을 장악한 대한민국에서 무슨 글로벌 금융강자가 나온단 말인가. 연봉수준 더 많이 받고 파이팅 넘치게 뛰는 우리보다 후진국인데 글로벌 순위가 만만치 않은 은행이 말레이시아에도 있다. 그 나라 금융인이 더 우수해서일까?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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