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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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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8-15 23:06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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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임박한 사람은 지점장으로 발령을 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금융기관의 후배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한 자리에서 어느 후배가 던진 말입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유인즉슨, 정년을 코앞에 둔 사람이 지점장이 되니까 애써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말로는 “유종의 미”운운 하지만 행동은 농땡이 치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어려운 금융여건인데 팔팔하게 뛰어야할 현장의 사령관들이 맥이 빠져있으니 큰일이라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배들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그럼, 정년이 임박한 사람은 어느 자리로 보내지?”

그 물음에 모두들 말문을 닫았습니다. 지점장으로서 일을 안 하는 사람이 다른 자리에 간다고 일을 제대로 할 까닭이 없으니까요.

◇ 열심히 일하는 게 ‘말짱 헛일?’

정년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일을 게을리 하는 지점장도 있기야 하겠죠. 반면에 정말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훌륭한 선배도 많을 것입니다. 그 후배들도, 지점장들 모두가 일을 게을리 한다는 것은 당연히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배들이 어떤 모습을 보였으면 그런 말이 나오고,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구동성으로 맞장구를 치겠습니까.

우리는 흔히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명언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일 지구가 멸망하는 데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 사람은 없습니다. 있다면 제정신이라 하기 힘들죠. 허지만 분명한 것은, 정년을 맞는다는 게 ‘내일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년을 하고도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야 합니까.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요즘 TV의 보험광고에 유머러스하고 기발하고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비장한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수술을 마치고 걸어 나옵니다. 그것을 보고 환자의 아들이 걱정스런 얼굴로 묻습니다.

“아버지는요?” 그러자 의사가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최선을 다 했습니다만, 길어야….” 그러면서 손가락 4개를 펼쳐 보입니다. 그것을 보고 아들이 놀란 듯이 묻습니다.

“4개월?” 이때 의사의 대답. “40년!”

눈앞에 성큼 찾아온 고령화 시대를 역발상으로 코믹하게 표현한 광고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년 이후로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이 시대에 정년이 1~2년 남았다고 농땡이를 이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행위입니다. 물론, 곧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심란할 것입니다. 샐러리맨의 노후대책이란 게 뻔한 데 그걸 계산해보면 잠 못 이루는 날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고민과 지금의 자리에서 농땡이를 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현직의 일을 게을리 한다고 해서 노후가 편안해지는 건 결코 아니니까요. 설령 퇴직이후의 일거리를 찾기 위해 또는 재테크를 하기 위해 사사로운 시간이 필요하다하더라도 그 정도의 시간은 현직을 열심히 수행하는 가운데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요즘, 금융기관(특히 보험회사)등에서 운영하는 은퇴관련 연구소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경쟁적으로 직장인들의 은퇴준비상황과 대책을 내놓습니다. 고령화시대에 은퇴이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연구하는 곳이 많아지고 심도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습니다. 그것이 그들 금융회사의 마케팅 전략의 하나라 하더라도 은퇴이후의 걱정을 함께 해준다는 것은 좋고도 고마운 일입니다.

그런데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이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부정적인 영향이 없지 않습니다. 즉, ‘은퇴대란’ ‘노후대책’ ‘일찍부터 준비’ ‘최저생계비 확보’ ‘연금보험’ 운운하다보니 퇴직을 코앞에 두고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젊은이들까지 온통 ‘은퇴’만 생각하는 겉늙은이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현직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말짱 헛일’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 열심히 일하는 것도 은퇴전략

얼마 전,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법률 개정에 따라 근로자 300명 이상의 사업장부터 정년이 연장될 것입니다. 그에 대한 반응은 두 갈래로 갈립니다. 정년 연장의 혜택을 턱걸이로 받게 된 사람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안도합니다. 그러나 젊은 층의 반응은 다릅니다. 겉으로 내색은 못하지만 “정년 연장이 결국 생산성 저하로 연결될 뿐”이라고 우려합니다. 일 안하는 ‘노인네’들에게 유예기간만 연장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든 직장인들은 생각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오래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안도하기 전에 과연 직장과 후배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말입니다.

얼마 전, 혜민 스님의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다가 문득 ‘나이 들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정말이지 은퇴하고 나이 들면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후배들에게 욕먹지 말고 퇴직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직에 있을 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올바르게 일해야 하며 그것 또한 분명한 은퇴대책의 하나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나이 들어 비로소 보이게 될 때 마음 아프게 후회하지 마시고요.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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