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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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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7-01 08:03

- 영국 금융 감독기관의 흥미로운 실험을 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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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면
소비자 보호는 단순한 논리나 추정이 아니라 금융소비자 실체를 알아야

오바마 행정부나 영국의 금융감독기관도 행동경제학의 정책 반영을 추진

요즘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다 보니 정보의 습득보다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유익한 정보를 선별하기가 훨씬 더 골치 아픕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이메일이나 우편물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가려내는 자기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만 확인하지 않아도 이메일 계정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이메일들은 대충대충 제목만 보고 지우거나 심지어는 아예 외면해 버리기도 합니다.

우편물로 받는 것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대개는 아주 중요한 것이 아니면 대충 훑어보곤 한쪽에 치워두었다가 한꺼번에 처리하게 되는데, 봉투를 열어서 내용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어떤 것들은 아예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고 버리곤 합니다. 정보 발송자들에게도 이 문제는 고민거리입니다. 자기가 보낸 정보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거나 또는 유익한 정보라고 받아들이게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보내야 하는 경우에는 이 문제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영국에서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영국의 금융회사들은 판매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고객들에게 그에 대한 배상을 하게 됩니다. 이때 금융회사들은 이런 내용을 알리고 배상을 청구하라는 편지를 고객들에게 발송하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그리 신통치 않은 모양입니다.

영국의 금융 감독기관이 소비자들의 반응을 알아보는 실험을 직접 진행했습니다. 현재의 금융행위 감독기관 FCA의 전신인 FSA가 약 20만 명의 고객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게 된 금융회사의 실제 상황을 활용한 것입니다. 먼저 FSA는 세 가지 방향을 정했습니다.

첫째, ‘정보가 소비자들의 눈에 띄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단 눈에 들어와야 소비자가 확인하고 그래야만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쉬운 용어를 사용하거나 중요 내용을 강조하게 됩니다. 둘째는 ‘보낸 이가 누구인가에 따라 소비자의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배상에 대해서 안내하는 주체와 안내 편지 속에 포함된 로고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합니다. 셋째, ‘소비자들에게 배상 안내편지에 따라 행동을 취할 것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답장하는 것을 깜빡 잊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방향에 근거해서 FSA는 일곱 가지 세부 방법을 정했고 이를 반영한 일곱 가지 종류의 편지들을 금융회사가 준비한 편지와 함께 무작위로 발송해서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일곱 가지 방법은 첫째, ‘안내 봉투에 해당 금융회사 로고 대신 ‘읽고서 빠른 시일 내에 행동을 취해 달라’는 메시지 기재하기’, 둘째, ‘편지 상단에 FSA 로고를 기재하기’, 셋째, ‘편지 상단에 눈에 잘 띄는 도형을 그려놓고 그 안에 배상 안내편지를 발송한 이유나 배상 청구 방법을 개략적으로 제시하기’, 넷째, ‘편지 본문을 40% 정도 줄여서 간략화하기’, 다섯째, ’배상 청구 방법(전화)과 배상 청구에 걸리는 시간(최대 5분)을 안내하는 문장을 추가하기’, 여섯째, ‘본문 마지막에 통상적인 고객 서비스팀이 아니라 해당 금융회사의 CEO의 서명을 기입하기‘, 그리고 마지막 일곱째는 ’배상 안내편지를 보내고 나서 3주에서 6주 후에 배상 안내편지를 다시 발송하기‘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해당 금융회사가 준비한 원본 편지에 대한 배상 청구율은 1.5%인 반면에 개선된 편지의 경우 배상 청구율이 그보다 약 8배 높은 11.9%로 크게 올랐습니다. 일곱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을까요? 셋째 방법, 즉 도형 안에 개략적인 내용을 제시한 경우가 가장 효과적이어서 청구율이 두 배 이상인 3.8%p 높아졌습니다. 약 7500명이 추가 청구한 것입니다. 넷째 방법인 내용을 줄인 경우 1.4%p 높아졌고(약 2,800명이 추가 청구), 다섯째 방법인 배상 청구 방법과 청구 시간을 안내한 경우는 1.4%p 상승(약 2,800명이 추가 청구)했습니다.

첫째 방법, 즉 봉투에서 해당 금융회사의 로고를 빼고 안내 내용을 기재한 경우는 고작 0.2%p 상승에 그쳤습니다. 뜻밖에도 FSA 로고를 기재하는 둘째 방법은 거의 효과가 없었고, 본문에 CEO 서명을 기입한 여섯째 방법은 청구율이 오히려 0.3%p 정도 감소했답니다. 첫 번 안내편지를 받고도 배상을 청구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3주 후 다시 배상 안내편지를 보내는 일곱째 방법은 청구율을 2.6%p 높였습니다. 반면, 배상 안내편지를 3주 이후에 보낸 경우 한 주 지날 때(4주, 5주, 6주)마다 청구율이 약 0.5%p 감소했답니다.

정식 설립되고 열흘 후인 지난 4월 10일에 FCA는 이 실험의 내용과 결과를 비정기보고서 2호로 발표했습니다. 같은 날에 발표한 비정기보고서 1호는 금융 감독에 행동경제학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인데, 두 개의 보고서는 하나의 묶음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즉, 이 실험의 목적은 단순하게 어느 방법이 좋을까보다는 행동경제학의 주장이 현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확인한다는, 보다 원대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인간의 합리성 측면에서만 생각한다면 FSA 로고 기재나 CEO 서명 기입이 청구율을 오히려 떨어뜨렸다는 결과는 물론, 약간의 변화로 청구율을 8배나 높일 수 있었다는 결과 역시 의외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행동경제학에서 주장하는 타성 내지 현행 중시 편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추정과 실제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실험결과입니다.

그런데, 이런 편향들을 우리 주변에서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신용카드로 신문이나 잡지 구독료를 지불하면서 자동 갱신되게 하면 대개 장기구독자가 됩니다. 미국 ‘포브스’지 2010년 11월호는 신용카드로 연간 구독료를 지불할 때 자동 갱신을 기본대안으로 정한 것이 뉴욕타임스가 경기 침체기에 가정배달 구독료를 5% 올리면서도, 기존 구독자의 99.99%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는 부편집장의 말을 소개했습니다. 2009년에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넛지’의 공동저자인 선스타인 교수는 자기도 20년 간 구독하는 잡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신용카드로 연간구독료 지불을 자동 갱신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답니다. 행동경제학자도 이런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지요.

FCA가 이런 정책을 취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제까지와 같이 막연하게 금융소비자가 합리적이라고 전제하는 것보다 금융소비자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어야 금융소비자를 실질적으로 잘 보호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행동경제학에 제대로 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논리성이 결여된 소수 학자들의 주장이라고 폄하되었던 행동경제학이 영국에서 금융 감독의 핵심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선스타인 교수가 오바마 행정부에 들어가서 행동경제학을 정책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단순한 논리나 추정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금융소비자 실체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미 몇 차례 밝힌 바 있지만 정책의 대상인 사람에 대해서 잘 알아야 비로소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센터장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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