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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동에 ‘소비자’라는 성인이 계셨으니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3-05-29 21:37 최종수정 : 2014-07-1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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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동에 ‘소비자’라는 성인이 계셨으니
일찍이 해동에 ‘소비자’로 일컬어지는 성인이 계셨으니 이 분을 높이 추앙하지 않으면 ‘소인배’ 아니면 ‘불학무식의 대명사’로 지탄받기 십상이었으며 이 분을 섬기고 편안케 해 드리는 것이 마침내 국정 주요과제에 포함되기에 이르렀으니……

사서에나 나올 법한 문투로 빗대야 할 만큼 ‘소비자보호’라는 구호가 범람한 지 무려 5년째 접어들었다. 처음에야 아! 정말 이래선 안되겠구나 시스템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고 심기일전 혁신을 해야겠구나, 하는 절박함이 9할을 넘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다양한 처방이 제시되고 마침내 법안이 국회에 오르는 등 수선을 피웠다. 하루라도 관련 키워드가 미디어 컨텐츠에 등장하지 않는 날이 없었으며 이 과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감독기구와 금융회사 그리고 소비자 누구도 이견이 없어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어떤가?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대의를 실현하려는 구체적인 각론은 거의 진척된 것이 없어 보인다. 금융회사마다 내부통제 및 준법감시 조직을 완비한 것처럼 소비자보호조직을 신설하는 새로운 풍속도를 그려내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크게 진보를 일궈 냈다고 자신 있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

실질적 변화나 혁신은 더딘 채 자꾸 말로만 떠돈 지 오래 되면서 오히려 요즘 들어서는 오용과 남용을 넘어 성역화 낌새까지 얼비치는 상황이 빚어지던 터였다. 소비자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금융업의 본말을 뒤집는 결과가 예견되더라도 반대하기 어렵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소비자보호, 새롭게 부각시킬 수밖에 없었던 ‘담론’이 금융에 대해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고 금융산업이 덜 성숙한 사회상이 겹쳐지면서 ‘진체’와는 동떨어진 허상에 가까운 모습으로 굴절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천지만물의 행로나 기운의 흐름이란 것이 내내 비만 내리거나 내내 가물기만 하는 게 아닌것처럼 매우 적실한 지적과 진정성 넘치는 모색으로 관심을 전환시킬 주춧돌이 놓여지는 정책심포지엄이 마련됐으니 29일 한국금융소비자학회와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자리였다.

사기나 사고처럼 의도적인 위법, 위규 행위로 인한 금융자산의 손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은 물론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거래상대방 가격 거래조건 등을 선택할 권리, 피해가 났다면 신속·공정한 절차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권리 등의 핵심권리는 반복해서 강조할수록 올바른 내용인데 이런 내용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다면 가치는 반감됐을 것이다.

하지만 명지대 빈기범 교수가 자금공급쪽에서 금융소비자와 수요쪽 금융소비자가 다르다는 점 등을 면밀히 분석한 바탕 위에서 펴는 논리야 말로 새롭게 반복 부각할 만한 내용이었다. 정부, 기업, 금융기관 모두 부(負)의 저축자일 뿐인 가운데 양(陽)의 저축자이자 실물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개인 또는 가계야 말로 자본공급자이면서 금융소비자로 약자의 처지에 놓이는 구조에 그는 주목했다.

그렇다면 서비스 가격은 적정한지, 품질과 거래계약이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됐는지 여부를 핵심 축으로 삼아 금융회사들이 금융중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금융시장의 신뢰는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소비자보호의 본령으로 꼽았다. 비록 그가 건전성을 주로 보는 거시감독기구와 별도로 영업행위와 거래의 공정성과 신뢰를 주로 살피는 소비자보호기구를 독립시키는 ‘쌍봉형’ 체제가 더 낫다는 소신을 분명히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같은 접근법을 특정한 편에 서기 위한 논리 전개과정의 일부라고 폄하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저축이란 예적금을 드는 것이라고 협소하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가처분소득에서 일부만 쓰고 일부를 남기는 (금융)행위가 저축”이기 때문에 자본시장 직간접 참여나 보험 또는 카드관련 금융생활 전반에 걸친 신뢰와 공정성 확립이야 말로 소비자보호의 초점이 돼야 한다는 기준을 그는 내세웠다.

“금융기관은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금융증개서비스를 생산해 높은 값에 판매하는 것이 근원적 역할”이라고 규정한 그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소비자 희생이 되어서도 안되고 (소비자보호를 명목으로) 가격 수준을 지나치게 미리 규제해 금융기관과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공급자를 희생시켜서도 안된다”고 그는 균형을 잡았다.

적어도 별다른 근거 없이 수수료와 이자 수준을 낮추고 금융회사가 이익을 적게 내야 좋은 것인양 한쪽을 쏠려 버렸던 대한민국 사회에서 균형잡힌 모색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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