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사허용, 특화증권사 출현 및 구조조정유도
금융당국이 침체에 빠진 증권산업의 재편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특화증권사 활성화방안을 마련하며 직접 M&A를 유도하는 도우미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일 발표한 ‘증권사 영업활력 제고방안’을 보면 M&A를 활성화하기 위한 굵직한 대책들이 포함됐다. M&A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개선안을 보면 하나의 증권사라도 특화된 업무를 떼내 복수의 증권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중소형증권사의 경우 부문별로 자산관리 전문, 기업금융 전문증권사로 쪼갤 수 있다. 영업대상이나 방식도 다르다. 자산관리특화증권사의 타깃은 일반투자자가 중심이다. 고객자산관리서비스를 통해 금융투자상품 등을 팔며 투자자문, 일임서비스도 제공하는 식의 지점영업인력 중심의 소매영업이 주축이다.
기업금융전문 증권사는 고객은 전문투자자 법인으로 M&A, 기업공개(IPO), 회사채발행, 구조화금융(PEF, PE) 등이 주요 업무다. 이밖에도 증권사의 특색에 맞춰 니치IB, 온라인리테일 등으로 스핀오프하는 것도 가능하다. 라이선스를 쪼개는 파격적인 대책인 만큼 현재 매물로 나온 증권사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관심사다. 현재 시장에 나온 주요 매물은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이다.
아이엠투자증권의 경우 신한금융투자 등을 매각주관사로 현재 매각예비실시가 진행중이다. 동부증권, 씨엑스씨(CXC), 큐캐피탈파트너스 등 3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며 업체들의 요구로 예비실사기간이 오는 28일까지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최근 매각이 답보상태다. KDB산업은행 인수합병부, 노무라금융투자 등 매각주관사로 국내외 투자자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하며 인수의향서(LOI)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증권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금융당국의 활성화대책이 매각중인 증권사에게는 크게 도움이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쪼개 팔려해도 제값을 받기가 쉽지않다는 게 딜레마다. 공교롭게도 이들 증권사의 대주주는 PEF다. 아이엠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SM&파트너스(49.89%)로 여기에 재무적투자자로 공무원연금공단 등이 참여한 구조다. 이트레이드증권도 최대주주는 글로벌앤어소시에이츠(G&A) PEF(84.58%)다. 여기에 LS네트웍스가 최대출자자로 참여했다. 투자자금 회수극대화가 원칙인 PEF의 특성상 분리매각으로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아이엠, 이트레이드證 등 매각가격 차이로 직접적 수혜는 제한
실제 매각주체들은 분리매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현재 본입찰이 임박한 상황에서 분리매각가능성을 언급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라며 “희망가격 이하로 인수가격이 결정될 경우 매각이 무산되며 그 이후에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해 재입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앤어소시에이츠 관계자는 “일괄매각이 원칙으로 분리매각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일부에서는 온라인리테일을 따로 매각한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중인 매물에 M&A활성화대책이 미치는 효과와 관련 의견이 분분하다.
KTB투자증권 조성경 연구원은 “매각가격은 영업본질에다 경영권프리미엄(라이선스)로 결정된다”며 “영업가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반면 증권업 라이선스가치는 훼손된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이 매각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M&A절차를 간소화했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중인 M&A에 긍정적”이라며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수익성 안나는 부문을 인수하지 않아도 되며 일괄인수하더라도 불필요한 부문은 분사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엠투자증권의 경우 본입찰이 진행되더더라도 매각가격 차이 때문에 실패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이엠투자증권의 경우 IB부문에서 꾸준히 이익을 냈는데, 이와관련 전문인력들이 다른 증권사로 옮기며 훼손된 영업가치가 딜의 가격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등 변수가 많다”며 “예보가 매각희망가를 낮추지 않으면 본계약이 체결되기는 쉽지않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