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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실 이미 준위기 상황 진입?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3-05-06 00:20

6대은행만 1.5조원 ↑ 총부실 20조 넘은 듯
글로벌위기후 37조 순익 불구 부실은 횡보세
엔저 압박+저성장 수익·건전성 쌍방 빨간불

금융 부실 이미 준위기 상황 진입?
지표를 과장하자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풀이한다면 대한민국 금융 부실이 준위기 상황으로 진입했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올 3월 말 현재 부실채권 규모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조원은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기은 등 6대 은행에서만 부실채권이 1조 5155억원 어치 늘었기 때문에 전체 부실은 더 커졌을 수 있고 부실로 직결되는 연체율이 크게 솟았다.

1997년 외환위기를 수습한 뒤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가 많았던 지난 2003년 말 18조 6784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 숫자를 찍을 것이란 이야기다. 2003년의 금융사적 의미를 곱씹어 보고, 최근 실물경제 동향을 아울러 살핀다면 위기라고 호언할 수는 없을지라도 ‘준위기’ 상황이라고 볼 만한 여지는 큰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2003 카드대란 역사적 의미를 따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 부실채권 20조원 돌파 깊은 상처 예고

1997년 말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대가로 초긴축 고금리 혹독한 프로그램을 따르느라 확산된 기업 부도와 노동자 연쇄 실업의 악영향은 실로 컸다. 은행 부실채권 규모로 판독해 보면 1999년 무려 61조원에 이르렀다가 부실은행 퇴출과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등 대규모 구조조정 끝에 2000년 42조원, 2001년 19조원 등에 이어 2002년 약 15조원으로 건전성 지표가 안정을 찾아가던 때였다.

하지만 2003년 말 18조 7000억원 가까이 다시 늘었고 이듬해 13조 9420억원으로 낮추는데 가능한 모든 자원이 동원했던 바 있다. 이와 달리 최근 움직임은 상당히 좋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외화채권 등 해외 자금조달 길이 막히고 기업 경기가 악화되는 바람에 2010년 부실채권이 24조 8245억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그나마 정상화 하는 여신이 줄어드는 가운데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2011년, 2112년 연속 18조원 대 중반으로 옆 걸음 치던 터였다.

이 상황에서 부실채권 규모가 20조원을 다시 돌파한다면 길은 외통수만 남는다. 건전성 지표를 현상유지 하면서 순이익이 급감하는 패턴이 유력해 보인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이 걸로 끝나지 않는다. 순이익 감소 속에도 부실 규모를 대거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 경기가 추가 악화됐을 때 손실을 흡수할 여력이 없어 악순환 눈사태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카드대란 수습 후 2000년 중반 황금기와 너무 달라

또 하나의 중대한 사실, 카드 대란 직후엔 부실채권이라면 정책 및 감독당국은 물론 금융권 모두가 강한 경계심을 유지하며 철저하게 관리하려 했고 실제 대거 정리와 정상화가 동반되면서 빠르게 위기를 수습할 수 있었다. 부실채권 규모가 2007년 말 7조 7106억원 규모로 줄어 든 바 있다. 이 사이 은행권 순익은 2005년, 2006년 연속 13조원대를 구가했고 2007년 15조 477억원을 찍기까지 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순익 규모를 합하면 무려 36조 6757억원이나 된다. 37조원의 순익을 남기면서 쌓아 놓은 대손충당금과 내부유보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대부분 소진해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부실채권 20조원 재돌파 상황을 준위기 상황이 아닌지 우려하게 만드는 동기다. 은행들은 이미 당기 순익규모와 건전성 지표 두 마리 토끼를 몽땅 놓치면서 적당한 수준으로 지표를 관리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한국금융신문은 지난 2월 4일자 ‘한국 금융 결단할 때다’ 기사를 통해 부실 정리 규모를 크게 줄이고도 당기 순익 역시 덩달아 줄어든 상황에 주목한 바 있다. 은행들의 부실채권 상각 규모는 2011년 9조 2000억원보다 무려 4000억원 줄인 8조 8000억원이었고 매각 또는 담보처분 방식으로 정리한 실적은 14조 5000억원에서 12조 3000억원으로 2조 2000억원 줄였다. 이러고도 순익은 11조 7510억원에서 8조 6913억원으로 곤두박질 친 상태였다.

◇ 손실흡수력 바닥인데 경기 악화하면 자력 돌파 불능

충당금이라도 충분히 늘려 놓았으면 모를까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률이 150% 넘는 은행은 한 손으로 꼽으면 손가락이 남는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글로벌 경기가 눈에 띈 반등을 않는데다 아베 정권의 엔저 정책에 따른 수출업체 체산성 악화가 본격화 되고 있으며 내수 경기 역시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손실흡수능력이 취약해진 가운데 연체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지난 1분기 국내 은행 순이익이 약 1조 8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연간 환산 7조 2000억원의 순익으로 1분기에만 2조원 이상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실채권을 잘라 내면서 추가 부실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손실흡수력을 기를 수 있는 여력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리스크가 높은 쪽에는 자금공급을 끊으며 추가 부실을 억제하고 기존 부실을 최대한 정리하는 쪽으로 가는 길이 유력해 진다.

하지만 출범 첫해 정부의 정책은 자금중개 활성화이고 특히 리스크 요인이 더 많은 중소기업 지원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주주가 많거나 아예 외국계 은행이 응하지 않는 가운데 일부 정부계 은행들만 호응하는 반쪽 금융정책으로 흐른다면 금융부문에 의한 경기하방 상쇄 노력이 극히 미진해 질 공산이 커진다. 평상시 패러다임과 발상으로 건너기 점점 어려운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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