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일부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회사나 교육을 전담하는 등의 특수 보직의 경우 이들을 보험사가 강하게 지휘하거나 관리·감독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보험사를 상대로 수수료 반환 분쟁이나 퇴직금 청구소송 등 송사로 이어질 경우 대부분 설계사의 패소로 이어져왔으며,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도 보험사에서 ‘합의’를 통해 이를 묵인시켜 와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실제 최근 권익위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퇴직금 지급요구를 검토하도록 의견을 표명한 건도 이후 민원이 취하된 상태다. 권익위 관계자는 “직업 종류가 세분화됨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단에 새로운 개념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향후 유사한 민원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방노동청에 재검토 할 것을 의견 표명했다”며, “그러나 이후 민원인이 회사와 합의형식을 통해 민원을 취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화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재작년 대전지방법원서 한 TM(텔레마케팅)설계사에 대해 회사가 근무시간을 관리하고, 업무수행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기 때문에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난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설계사를 포함한 특수고용직들이 고용불안정 문제와 권리 침해시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한보험인협회 오세중 공동대표는 “설계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적인 보호장치가 없으며, 이 때문에 많은 설계사들이 권리를 침해받아도 그냥 넘어가거나 권리를 찾기 위해 어떠한 액션을 취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노동부에 퇴직금 청구와 관련한 집단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불공정하고 부당한 행위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매월 고정급 형태의 수수료를 받거나 △업무의 내용이 자신의 계획이 아닌, 지점장 등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은 경우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업무를 한 경우 △휴가 등 근태에 대해 허락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퇴직금 청구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다. 오세중 대표는 “설계사들이 거대보험사와 1대 1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불공정한 대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설계사 전부를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TM설계사와 같이 실질적으로 근로자 성격이 강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보호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