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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풍요로운 장수사회 꿈꾸기의 어려움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3-04-15 08:01 최종수정 : 2014-07-17 01:31

[기자수첩] 풍요로운 장수사회 꿈꾸기의 어려움
○…고령사회란 말보다 장수(長壽)사회. 낱말 하나 바꾸니 긍정스런 내음 가득하다. 게다가 장수사회가 알차기까지 하다면? 지구에는 없을 유토피아일지 모른다.

이미, 대한민국은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희구할 비전으로 삼아 놓았다. 젊은이들의 역동성은 활기차며 중년들은 원숙한 경제활동으로 부가가치를 창조한 대가로 받은 보상을 모아 노후를 착실히 준비한 끝에 ‘풍요로운 장수사회를 맞이하자’고 먼저 손 내민 것은 정부다. 불완전하나마 대선 공약에서 담은 각오와 구상이 훨씬 많은 지지를 확보했고 인수위 국정과제를 거쳐 이제 행정부와 입법부가 민간 역량을 잘 응집시켜 구체적 실현에 나선 마당이다.

다만 ‘창조경제’와 ‘행복시대’ 담론이 널리 퍼지긴 했어도 실행방도를 떠올려 보면 자꾸만 중요한 일 머리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최근 만난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가 이런 추측을 내놓았다. “창조경제를 제대로 떠받칠 창조금융을 구현하려면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서서히 수명이 다해 가는 국내 주력 업종들을 대체할 만큼 걸출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서 육성시키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계신 것”이라고.

그에 의문이 들었고 즉시 표했다, 아무리 신속하게 정책금융 역량 극대화를 위해 금융공기업 또는 유관기관들의 유기적 협력체제를 갖추고 효과적인 추진방안을 짜고 싶어도 상반기 안에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인 듯 하다고. 설사 역할 조정부터 새 임무 추가까지 하반기에 곧바로 긴박하게 실행한다 해도 실제 효과를 얻기까지는 긴 긴 인내가 필요할 것이라고.

어설픈 반론은 역시 역공을 맞는다. 함께 자리 했던 한 보좌진은 간단히 말했다. “훈련을 받은 적 없으면 없는대로 즉석에서 배우고 익혀 가면서라도 목표에 도달해야 하는 ‘이미 전개 중인 야전(野戰)’에 준하는 상황임을 인지하지 않으면 큰 코 다칠지 모른다”고.

기술력 있는 창업기업 발굴로부터, 유망 신생기업과 업종 육성에다 중소기업의 중견기업화, 중견기업은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 하도록 금융회사들이 할 일을 발빠르게 수행하면서 정부의 정책지원이나 민간 금융 자금의 협조, 해외 선발주자 벤치마킹 이런 걸 동시 다발적으로 수행해야 할 때라는 경종의 소리였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압축성장 만큼은 달인의 경지에 오른 대한민국 경제라면 속속 성과를 일굴 수 있을지 모른다고 낙관도 표한다.

1997년 외환위기를 벗어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악성 굴레를 뛰어넘은 자신감 역시 충만하다. 그래도 정부가 지향하는 창조경제와 행복시대 등의 비전이 손쉽게 실현되리라 여길 순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우리 정책 및 감독당국과 금융경제계가 잊어버리기 십상인 진리 하나. 정책금융 체계를 아무리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역량을 극대화 하더라도 이것 만으로는 생존을 보장받지 못하는 전권(戰圈)에 진입해 있다는 그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지나간 일본에선 안정적 일자리 얻기를 거부하는 대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걸로 자족한다는 ‘청년 프리타족’을 너머 ‘소토 코모리족’이란 신개념 층이 등장했다. 밖을 뜻하는 ‘소토(外)’와 틀어박히다란 뜻의 ‘코모리’를 합한 말이 등장했다. 주로 물가가 싼 동남아 등지에서 벌어 놓은 돈을 쓰며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돈이 필요하면 귀국해 돈을 벌어 다시 은둔의 길을 떠나는 일부 세태를 반영했다.

○…일본의 경제/사회적 형편을 놓고 사회적 지향을 짐작하기에 좋은 지표로 내각부가 해마다 펴내는 ‘국민생활백서’의 표제가 있다고 한다.

‘성과 있는 장수사회를 향하여’ 1994년 일찌기 모색에 나섰지만 큰 성과는 없어 보인다. 버블붕괴에 따른 고통에 ‘가족생활과 구조개혁(家族のくらしと構造改革.2001년)’ 사이에서 고뇌했으며 ‘유대를 강화한 풍요로운 국민생활(つながりが築く豊かな國民生活.2007년)’에 몸부림 쳤으나 소용없었다. 도리어 엔저-양적 완화 정책에다 영토분쟁과 정규군 무장 정책으로 돌출하는 것을 보면 우리를 한 참이나 앞서 있는 선진국에게도 버거운 짐인 것이다.

정책금융과 민간금융, 정부와 금융과 실물경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이 모든 관계 속에서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키워야 한다. 너도 나도 묵은 틀과 관행에서 벗어나 서로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호시우보(虎視牛步) 대장정에 나설 준비가 관도, 민도, 언론도 태부족임을 알려 주는 일들이 거듭 확인되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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