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홍 내정자는 스스로를 "(대통령직)인수위원 출신으로서 국정과제를 가려내고 방향 설정은 물론 액션플랜 마련에 참여했던 만큼 국정철학을 반영한 경영 수행에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밝혔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가 홍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임명 제천한 사실이 알려진 뒤 불거진 부적격 사유 또는 의혹은 △금산분리를 반대했던 인물이라는 주장 △산은 민영화 찬성론자가 번복한 것이 적정한 가 여부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2금융권 확대가 현 정부 정책이지만 반대를 주도했었다는 의혹 △금융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라는 평가 등 크게 네 가지로 압축돼 있다.
산은지주 회장 내정자로서 그는 민영화 중단과 정책금융 개편 밑그림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소관 부처에 충실히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국정철학 수행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원칙만 강조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일부 대기업 구조조정 문제, 민영화 중단 때 소매금융 조직과 인력 처리 문제, 공공기관 재지정 여부 등에 대해서는 업무파악 후 판단하거나 관련 부처의 의사결정에 따르겠다는 원칙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때나 지금이나 금산분리 완화론자
가장 먼저 홍 내정자는 "(저를 일컬어)금산분리 반대론자였다고 지적하는 것은 완전한 사실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지적의 근거가 됐던 글이 2007년 겨울 무렵 씉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한 그는 "외환위기 이후 일부 은행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갈 때 선진금융기법을 배우고 그들의 글로벌 금융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던 반면 국내 산업자본에겐 잉여자금을 쌓아 뒀으니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현재도 금산분리 완화 필요성은 유지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을 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금산분리 완화가 약간 반영되긴 했지만 대기업들이 글로벌 자금조달 규모가 더 많은 등 은행 지분 보유할 필요성이 없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상황이 바뀔 경우 산업자본 보유 허용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은 점진적 완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산업자본이 부분적으로라도 은행 지분을 소유하면 비금융 계열사들까지 감독이 이뤄져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감독체계확립 등의) 여러 가지 제도적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시절 2금융권까지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에 반대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발언은 의사록에서도 없을 것"이라며 "여신전문금융사의 경우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은행이나 보험과 다르게 규모도 적고 성격도 다른 만큼 다른 방식의 규제가 필요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영화 찬성 당시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는 인식
민영화 찬성 당시 2008년 5월 무렵 썼던 글이 오해의 소지를 낳고 있다고 판단한 홍 내정자는 당시 상황과 달리 나중에 큰 변화가 왔기 때문에 민영화에 대한 입장이 달라졌다고 해명했다.
그는 "산은금융지주 설립방안을 담은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일 때만 해도 산은의 자산가치가 매우 높았고 국제적 수익을 내는 딜(거래)도 많았으므로 산은을 중심으로 대형 CIB(기업금융 및 투자금융 융합)를 육성하자는 계획에 동의했던 것"이라고 술회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발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온 뒤로 글로벌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대내외 경제환경이 바뀌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수행해야 하는 등 정책금융 수행해야 할 과제가 커졌다"며 민영화를 추진하기 보다는 정책금융기관 재편과 강화 쪽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민영화를 전제로 한 기업공개를 중단하려면 내년 4월까지 단 1주라도 민간에 매각하도록 했던 현행 법률을 바꿔야 한다"며 "연내에 정책금융 개편의 큰 그림을 만들고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 본 홍 내정자는 이같은 정책방향에 동의했다.
따라서 그는 정책금융 체계 개편과 산은 민영화와 관련해서 이제는 산은지주 회장 취임 이후에는 소관부처를 적절히 보좌하고 협의해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힘을 쏟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금융 현장 다양한 경험 거쳤고 내부인력 잘 이끌 것"
홍 내정자는 낙하산 논란에 대해 "외부에서 온 사람을 낙하산이라면 낙하산이 맞다"면서도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금융 전문성 비판과 달리 여러 금융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거쳤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신용카드사와 증권회사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사실, 지주사(농협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햇떤 사실, 100% 해외투자를 수행하는 한국투자공사(KIC) 운영위원 및 투자소위 위원, 리스크관리위원회 경험 등을 일일이 열거했다.
다양한 금융 업무에 대한 경험 뿐 아니라 현장지식도 얻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는 "산은엔 무수한 우수 인재가 있고 유능한 간부들이 있기 때문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경영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 업무가 강화되고 민영화가 중단될 경우 소매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진행했던 고졸 채용자를 포함한 인력과 점포 및 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대기업 구조조정 지원책은 물론, 정책금융 강화에 따라 돌출될 수 있는 대우증권, KDB생명 자회사 유지 논란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취임 후 업무파악을 통해 고민과 검토를 해보고 판단하겠다는 선에서 멈춰 섰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