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취임식 때 대부분의 과제를 포괄하느라 추상적인 언급에 무게가 쏠렸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스스로 털어 놓기를 “지난 10일간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책임의 무게감을 통감’하고 있다”는 태도에서 즉시 실천을 지향하는 스타일을 비치기도 했다.
◇ 금융산업 경쟁력과 엄정 규율 베이스캠프는 소비자와 시장
한 심금 더 압축시킨 당면 과제로 최 원장은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와 해외진출을 통한 선진화 △취약부문 감독강화와 금융시장 안정 △금융사 지배구조, 여신관행, 경영행태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과 규율확립 △자본시장 공정거래관행 확립 등을 앞세웠다.
이어 △중소기업과 서민 등 금융소비자 보호 △기업을 살리는 금융 등을 강조했다.
이날 제시한 구상과 감독업무 수행 기조 가운데 금융계에 가장 예민할 수 있는 내용은 “보수와 근무여건이 좋은 괜찮은 직장(Decent Job)을 지난 금융인들이 오래된 관행에 파묻혀 비효율적이고 고객보다 금융사 입장을 고려”하고 있으며 “오래된 낡고 불합리한 방식과 은행/증권/보험 간 칸막이적 사고의 틀”을 끌어 안고 있다며 질타한 대목이다.
최 원장은 모든 실마리를 “금융소비자와 금융시장을 먼저 생각하고 업무룰 추진”하는 것에서 찾을 작정이다. 취임사 때 지목했던 국민검사청구제도를 놓고 “소비자 입장에서 검사권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4월까지 기본 방안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퇴직자 취업제한을 유지하고 금감원 임원숫자는 늘리지 않는 대신 금감원 내 상호여전 부서를 확충하고 불공정거래 조사, 계열사 부당거래 감시 부서, 서민·중소기업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결심도 알렸다. 특히 일본의 경우 업무개선명령을 통해 2001년 21만 4021건에 이르던 보험금 지급 누락 건수를 2010년 2331건으로 낮춘 사례를 연구하는 등 보험민원을 줄이도록 하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 기업 살리는 금융 등 기조 보면 유관기관·금융계 소통은 뒷순위?
최 원장은 또 “기업의 성장성과 기술력을 기초로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기업은 물론 금융회사 동반성장까지 가능하게 하는” ‘기업을 살리는 금융’패러다임을 적극 주창하고 있다. 담보 위주 관행에서 벗어나 사업성 및 신용평가에 기반했다면 부실화하더라도 책임을 면하게 하는 면책제도를 명시적으로 거론한 뒤 은행권의 중소기업여신 운영실태 점검을 예고했다. 은행들의 여신회수 때문에 회상가능 기업의 워크아웃이 중단되거나 시장 풍문에 근거한 무분별한 자금회수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별렀다.
앞서 그는 취임식에서 금융회사 이익을 우선하는 일방주의 금융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민층 금융공급 역시 ‘낡은’ ‘일방주의 금융관행’ 탓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같은 인식 틀을 근간으로 삼은 채 “유관기관과는 사전 사후 대화와 협조를 충분히 해서 시장에 혼란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선언과 “금융회사의 고층과 애로사항을 충분히 듣고 같이 고민하겠다”는 계획표가 얼마나 입지를 확보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소비자-시장 제일주의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자율규율기관들과 금융현업 구성원들과의 대화와 소통이 자리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면적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에선 아울러 동아시아 철학 전통에서 넘치지도 않고 모자르지도 않아서 의로운 이치에 부합하는 상태를 ‘중(中)’이라 보고 있고 균(均)을 이루기 중시하는 데서 최고의 교육기관 이름에 성균(成均)이 등장하고 있었던 것을 빗대어 우려를 품는 경우도 있다. 시장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 가운데 소비자(서민, 중소기업 등)를 중시하고 공급자(금융회사 등 금융계)의 낡은 관행을 바로잡는데 주력하는 동안의 중심점과 포커싱은 당분간 금융계와 금융계 종사자의 고난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예상하는 시각도 팽배하다.
물론 자본주의 시스템 전반에 걸쳐 큰 틀에서 작은 조직에까지 거대한 변화가 이뤄지는 동안에도 타율 말고 스스로 변화하는데 여전히 둔감한 금융계의 자업자득이라는 내부로부터의 반성이 혼재돼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