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인에게는 더욱 엄중한 당부가 따랐다.
“금융이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운을 떼더니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이 베푼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며 긴장을 조성, “법과 원칙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틀 내에서 금융회사와 국민이 함께 성장하는”금융으로 발돋움 하도록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주말 뉴스에 묻히기 십상인 날이었지만 원칙과 실질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제윤 신임 금융위원장은 확고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펼치며 금융당국과 감독당국은 물론 모든 금융인들까지 가파른 변신과 협력의 대열로 끌어들일 것임을 예고했다. 물론 시작은 “대한민국 금융도 당면한 도전을 이겨내고 선진금융과 어깨를 나란히”하리라는 믿음이었고 끝은 우선순위에 따라 선결할 것은 속전속결로 어려운 과제는 10년 안에 이뤄 내자는 장엄한 각오에 매달려 있다.
◇ 위기없는 튼튼한 나라 걸림돌, 지배구조 주가조작 IT보안 등 꼽아
취임사 안팎에 집약된 내용들은 내정자 발표 직후 밝혔던 4대 과제를 그 사이 더욱 짜임새를 갖춘 채 강한 행동강령을 담아 집무에 적용하겠다는 의지가 얼마 만큼인지 가늠케 한다.
금융위기가 없는 나라를 만들려면 금융이 튼튼해야 한다는 큰 과제 실현에 으뜸으로 꼽은 것은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와 금융회사 건전성에 기반한 대내외 충격 완충력 강화였다. 공정한 금융질서 정립 및 엄정한 금융감독이 평이해 보였지만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일관되고 신속한 대응체계를 확보, 부당이득은 신속하고 충분히 환수하는 체제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비판에는 “통렬한 고민이 필요”하며 “지혜를 모을 때가 됐다”고 못 박았다. 금융계 학계 시민단체를 아울러 ‘지배구조 정상화 TF’를 가동시키되 제도 보완보다는 실제 관행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모색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신 위원장은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을 회복하도록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철저히 바꾸겠다고 했다.
최근 불거진 사외이사의 독립성, 지주회사의 전횡 논란 등을 미뤄 볼 때 크게 사나운 격랑이 예상된다. 해킹사고의 엄중함도 인정해 피해 복구와 확산방지를 우선하면서도 보안체계 강화에 필요한 인적·물적지원을 총력동원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 정책금융 재편 자본시장 확충해 실물경제 창조역량 지원
국가경쟁력을 밑받침하려면 실물경제 창조역량에 질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대통령 경제철학을 풀어서 주지시켰다. 맨 먼저 정책금융과 자본시장이 신성장, 새일자리 창출분야를 발굴하고 리스크를 흡수하라고 독려한다. 정책금융의 선도적 선별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단계적 역할별로 기능을 재편해 신규 혁신형 중소기업의 출현과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성숙기 중소기업의 사업구조조정 또는 중견기업 도약을 돕도록 하겠다는 선언이 이어져 정책금융기관들 역할과 조직역량 진단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음을 일러줬다.
정책금융과 더불어 자본시장을 통한 모험자본(Risk capital)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코넥스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한 투자활성화를 독려, ‘창조경제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앞세웠다.
◇ 나라 밖 시장개척 자립산업화로 “국민 은혜에 보답” 촉구
아울러 나라 안에서는 고형화에 기인한 새로운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고 나라 밖으로는 급성장하는 아시아 신흥시장 곳곳에서 시장인프라와 위기극복 경험 등 한국 금융산업 강점 전수를 통해 해외진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권고했다. 신 위원장은 금융한류의 초석을 다지는 일을 주된 임무의 하나로 꼽았다. 국제금융통이 금융정책 식견이 결합했을 때 짜낼 수 있는 위력적인 책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국민행복기금의 조속한 출범으로 신용회복 지원에 속전속결 결실을 맺도록 하되 도덕적 해이 부작용을 최소화 할 것이며 서민금융이 신용회복 디딤돌 노릇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이어 금융소비자보호 기획단을 구성해 전반에 걸친 점검과 조치를 취하는 한편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포함한 시스템 개편방안은 상반기 중에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튼튼한 금융 △미래창조 금융 △따뜻한 금융 등의 과제별 임무와 계획을 역설하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