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김정태닫기

이에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보장하지 않고 합의위반에 대한 가시적 조치가 없다면 투쟁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히는 것으로 응수했다.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끝나면 오는 4월 5일 주식교환을 거쳐 같은 달 26일 신주 상장과 외환은행 상장폐지가 이뤄지기 때문에 자회사 편입절차는 형식적인 부분만 남았다.
외환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저항의식이 여전한 가운데 김정태 회장이 전면에 나서 소통을 통한 신뢰 형성, 그리고 2.17합의 정신에 따른 경영을 펴겠다는 다짐이 순탄하게 실현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주식교환 안건 통과 결과는 같아도 과정은 달라
지난 15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은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외환은행 주식 5.28주당 하나금융 주식 1주 비율로 외환은행 주식을 하나금융지주 주식으로 포괄적으로 교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외환은행의 지분을 60% 보유한 최대주주 하나금융지주는 나머지 주식 4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외환은행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게 됐다.
이날 하나금융지주는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주총에서 이번 안건이 일사천리로 통과되며 98.34%가 찬성, 시작 30분여 만에 마무리됐다. 반면 외환은행은 79.2% 찬성으로 주식교환안을 받았들였으며, 노조와 일부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표결이 지연되는 등 진통을 겪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은행은 이날 외환은행 임시주총에 참석해 보유중인 외환은행 주식 전량(3950만주)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1967년 외환은행이 특수은행 형태로 설립 당시 100억원을 출자한 이후 몇 차례 증자에 참여하면서 지금은 외환은행 2대 주주(지분 6.12%)로 올라섰다. 한은은 영리기업의 주식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한은법 제103조에 위반되기 때문에 하나금융지주와의 주식교환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주당 7383원씩, 모두 2916억 2850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한은의 취득 단가가 주당 약 1만원인 셈이어서 1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
반면에 3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주식교환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간 주식교환이 최종 승인됨에 따라 이날부터 주식교환 절차가 시작돼 외환은행 주식은 4월 3일부터 매매 정지되고 5일 주식교환이 이뤄진다. 내달 25일에는 신주권이 교부된 뒤 26일 신주권 상장과 함께 외환은행 상장은 폐지된다.
◇ 외환은행 노조 “합의 위반” 반발, 저항 지속 선언
이런 가운데 외환은행 노조는 주총 시작 전부터 주식교환 반대 시위를 벌인 후 주총을 마친 뒤에도 집회를 열어 “외환은행을 김승유 일당의 사금고로 만들려고 수많은 소액주주를 강제로 축출하고 소액주주들의 재산권을 약탈하는 등 강제합병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며 “지금까지 저지른 합의위반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투쟁은 계속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사주조합에서 주식교환 관련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다음 투쟁을 준비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김정태 회장 ‘2.17합의 존중’ 약속…믿음과 신뢰 행보 예고
하나금융지주 측도 이런 상황들을 미리 예상한 듯 임시 주총이 끝난 뒤 지난해 2월 17일 합의 이행과 외환은행 직원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찾아가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김정태 회장은 ‘임시주총 결의와 관련해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으로 “오늘의 결의는 그룹의 미래불확실성 해소로 금융그룹 전체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외환은행 임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의 미래에 대한 모두의 믿음과 서로에 대한 신뢰”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주식교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월 17일 합의서는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며 합의의 정신이 존중될 것임을 약속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갈등과 의구심을 걷고 역량을 결집시켜야 할 때다”며 “상생과 협력의 마음가짐으로 먼저 다가가고 소통하며 함께 나아가자”고 주문했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