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은행 대출채권 가운데 카드 부문은 여기서 빠졌다. 카드부문 경영동향을 살피고 감독업무를 보는 곳은 은행감독국이 아니어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카드부문을 빼고 은행 여신 건전성 앞날을 내다보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미 지난해 월별 연체율 기준으로 2.3% 이상을 찍은 달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 연체율 2.3% 웃돈 달 허다 갈수록 나빠질 개연성
사실 카드 부문 연체율이 2%를 웃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상반기 말 가계대출 연착륙 방안을 내놓고 그 영향이 본격화한 무렵부터 유의미한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해 7월 곧바로 2.0%를 찍었고 우상향 시도를 거듭했다. 특히 지난해 2월 2.60%, 8월 2.50% 등 월간 기준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에 근접하려는 움직임이 준동하기도 했다. 은행들이 부실 감축에 집중적으로 나서는 분기말 또는 연말에도 카드 연체율은 다시 좋아지기 마련이었지만 지난해 3, 6, 9월 말 은행들은 연체율을 딱 2.1%수준까지만 개선시키는 데 멈춰섰다.
그나마 역량을 쏟아 붓고 있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쪽 최근 연체율도 올 1월 정리에 나서 털어 낸 부실 규모가 1조 2000억원으로 줄어든 대신에 신규 부실이 지난해 12월 보다 약 8000억원 늘어난 3조 1000억원이 되면서 어김없이 다시 치솟았다.
그 결과가 기업대출은 지난 연말 1.18%에서 1월 말 1.34%로,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0.81%에서 0.99%였다. 문제의 소지는 전체를 뭉뚱그려 놓고 보면 소폭 반등이라고 의미를 축소할 수 있지만 뜯어서 살피면 취약부위 출혈이 조금이나마 자꾸 드러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대출 연체율은 분기말마다 개선시켰다는 수치가 1%를 항상 웃돌다 연말에 0.94%로 올랐다가 1월 말 1.10%로 두드러졌다.
◇ 주담대 취급 여전한데 신용대출 줄인 풍선효과 의구심
은행 카드부문 연체율 마지막 집계치는 지난해 11월 2.40%가 마지막이지만 연말 개선을 거쳤더라도 올해 악화가 재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겸영카드 동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전업계 카드사 연체율 동향을 보면 지난해 분기말 항상 1.6%대를 나타냈다. 이는 2011년보다 악화된 수준이다.
은행들이 주담대 외 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을 묵묵히 수용한 것이 카드업계가 카드론을 늘리는 상황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금융계 안에서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은행 카드부문 대출채권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은행 카드 대출채권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0조원 안팎을 유지했다가 2011년 20조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로 줄었다. 전업계 카드까지 통틀어 업계를 선도하는 KB국민카드가 2011년 2월 분사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도 큰 흐름이 시사하는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은행 대출 자산 안에서도 취약 업종을, 또한 대기업보다 취약한 중소기업 및 자영업 관련 여신 건전성을 우려하는 것처럼 카드 자산 건전성을 충분히 우려하고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 신용도 취약 위험도 높은 소비자부터 시그널이 쏟아진다는 것
가계 소득이 나아지지 않고 실물 경기가 하향 싸이클로 접어든 상태에서 은행 신용대출을 줄이고 있다면 은행 겸영카드 아니면 전업계 카드로 갈아 탈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은행 대출을 받아 쓰는 소비자보다 카드 소비자들의 신용위험은 더 높다. 그럼에도 종합적인 조망과 모니터링에는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 대출채권과 연체율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카드 자산과 연체율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성과는 제 때 충분히 알려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전업계 카드사와 여신전문금융사의 건전성은 나빠지고 있다. 아직까지 감독당국의 방침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손실흡수능력을 높이도록 유도하겠다는 수준에 머무른 실정이다.
한국금융신문은 지난 7일자 ‘가계보다 위태, 중기 위험 안 살핀다’ 기사를 통해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가 나타났고 그 대부분이 담보수준이나 신용도 등에서 가계보다 더 취약한 중소기업인 점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비유해 본다면 의료진이 간과하고 놓치는 부분에서 출혈이 자꾸 발견되고 있는데도 중요 장기와 부위는 큰 걱정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