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 성장 걸맞은 효율화·이익 다각화](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30304071949123039fnimage_01.jpg&nmt=18)
바삐 영업하려 뛰려 나섰건만 달리는 걸음에 자꾸 맥이 풀리고 손은 자꾸만 곱는 격이어서 좀체 일이 술술 풀리지 않으면서 몸 전체가 움츠러드는 상황. 예서 굴복해 멈췄다가는 경기회복이 빨리 찾아오더라도 동상에 따른 후유증이 불가피 하거나 아예 숨이 끊길 수도 있다고 스스로 채찍질해야 할 갈림길에 선 격.
그러고 보니 지금은 물러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침과대단(沈戈待旦)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외쳤던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셈이다. 사활을 걸고 활로 열러 가야 하는 새벽녘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좌표를 어렴풋하게나마 짚어 본다. <편집자>
총자산 1513조원이던 소년이 3312조원의 청년으로, 순이익은 약 10조 5000억원에서 24조 4000억원으로 자라났다면 지극히 늠름해서 흠잡을 일이 없을 텐데 벌써부터 구조적 한계는 드러나 버렸다. 총자산 전체 통계치 가운데 가장 최근 치인 지난 해 6월 말 기준 총자산이 2002년보다 2.19배 늘어난 것이다.
2012년 무렵부터 가파르게 성장한 금융산업에 휘황 찬란한 빛만큼 그림자가 선명히 대비되고 있다. 순이익 비교에서 생각할 게 많아진다. 일단 기점이 2012년인 것은 같지만 비교 연도가 2011년이어서 지금은 잊어버리려 노력하는 게 좋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2011년 금융권 순익 가운데 은행 순익이 14조 4505억원이었던 것으로 집계했다. 은행 순익 비중은 59.24%, 딱 자르면 6할은 은행이 남긴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손준비금 반영전 기준으로 9조원으로 주저 앉았고 보험사와 금융투자사들 역시 실적은 악화됐을 것이기 때문에 퍼포먼스가 좋을 수가 없다. 1997년 외환위기 난국 수습을 거치며 변신을 얼추 끝낸 뒤부터 따져서 이제야 약 10년 동안 금융산업의 궤적을 제대로 평가할 구비에 서고 보니 위기가 닥쳐 있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단순히 경기 사이클 오르내림 정도로 오해해선 안된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거듭 지적한다.
◇ 경제 구조 변화 격류에 몸 싣는 방법
연세대 김정식(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전 기업부채 시대였던 것이 가계부채 시대로 넘어온 뒤 앞으로는 정부부채 시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과 금융연구원 등이 최근 추출해 낸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959조 4000억원이다.
이들 연구기관들 분석을 보면 은행 대출보다 최근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우려를 낳고 있다.
가계부문과 양대 축을 이루는 기업부문에선 한계기업들의 동향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가계부채가 비은행 쪽에서 더 우려스럽다지만 2금융권에서 뇌관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담보비율만 믿고 있기는 어렵다는 경계론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또한 부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무구조의 급격한 악화 때문에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곳이 늘기만 해도 여신취급 금융사들의 부실 증가 부담에다 자본시장에서 입을 충격 또한 막대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높은 리스크와 낮은 수익성, 시장 정체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장기화되는 구조적 변화”기에 접어들었다고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 이익다각화 은행과 리스크저감 보험 등 권역별 집중점 달라
저성장-저금리 환경이 공통적 난제인 가운데서도 권역별 처지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화력을 집중할 타깃 설정 양태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크게 보아 은행권은 이익다각화에 박차를 가하는 쪽으로 보험산업과 여신금융기관들은 커지고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자본시장분야는 변동성에 강한 면역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기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와 시장평균 금리가 낮아진다고 해도 신용등급이 좋은 경제주체에겐 낙원이지만 반대 상황의 자금수요자들에겐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지옥인 상황. 자금운용 내지는 금융투자 환경 또한 극과 극을 달리는 속에서 ‘뉴 노멀 시대’라고 지칭한 소리 또한 이제는 익숙해진 상태다.
금융연구원은 △경기둔화 부실증가 등에 대비한 위험관리 강화 및 완충력 제고 △경영효율화 노력 강화 △퇴직연금 등 고령화 대비 상품과 장기투자상품과 서비스 지속 확충 등을 핵심 방안으로 꼽은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리스크저감형 사업구조로 전환 △핵심사업위주의 사업재편 및 지역별 고객별 차별화 △신흥국 시장을 향한 기업과의 동반진출과 교차판매 등 시너지 극대화 △성과연동형 보상체계를 강화하고 성장투자가 병행되는 전략적 비용절감 등의 책략을 적절히 조합할 것을 권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가계부채에 진지하게 대응할 채비를 갖췄다.
◇ 새 정부 국정과제에 이미 구조변화 대응방안 포함
국민행복기금을 설립해 저신용 채무불이행자와 학자금대출자의 채무 조정과 고금리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계획은 가계부채 일부분을 정부 주도로 공공재원을 들여 떠 안는 방식이다. 대선 당시 공약에서 얼마나 구체화할 것인지 불명확하긴 하지만 좁게 보면 공공부문의 여력을 투입하는 것이므로 넓게 보아 정부가 가계부채를 부분적으로 흡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새 정부는 또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관계기관간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동일 기능에 동일 규제 원칙을 확립하며 우체국예금 쏠림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금융시장 내 공정경쟁기반 구축 플랜도 내놨다. 글로벌 차원의 규제강화 이슈와 국내 초유의 저성장-저금리 대응과정에서 새롭게 부각될 규제 또한 금융계 운신에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보는 금융인도 적지 않다.
우선은 ‘침과대단’에 충실히 하면서 자력으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할 힘을 비축하며 생산성과 수익성 그리고 건전성의 3박자 경영에 주력함으로써 때에 이르러 영토와 고객확장에 따른 성과 증폭을 모색하는 것. 덩치에 비해 취약한 체력과 위기의 혹독함에 비해 부실한 면역력으로 활로를 여는 길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