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외 무대·비이자 돌파구 유효성 입증
자금 수요는 줄고 부실 여신이 늘어나는데 덮쳐서 이자마진이 떨어질 때 전문가들이 가장 유력한 돌파구로 꼽는 국제화와 비은행은 마냥 ‘공자님 말씀’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었다. 농협경제연구소 송두한 금융연구실장은 최근 “일본(3대은행)의 경우 비이자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는 등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자본시장연구원 김한수 국제금융실장은 아시아 일부 금융기관들이 위기를 기회 삼아 글로벌 유수의 금융회사를 인수하면서 국부펀드들과 더불어 아시아 자본이 국제금융시장 주역으로 도약할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전문가들이 다른 경쟁국 금융그룹이나 국부펀드들의 활약상에 주목하는 까닭은 대한민국 금융계도 충분히 역량을 기르고 사업기회 포착에 나선다면 글로벌 금융시장 리더 대열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하기 때문에 주목된다.
20일엔 “금융공기업과 민간 금융사 모두 보유 인력 업무역량을 높이는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권고가 제시됐다.
◇ 일본 3대은행 물론, 중 싱 말련 맹렬 움직임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금융사 위기극복 5대 전략’을 파헤친 뒤 아시아 주요 경쟁국 금융회사들이 신흥국 등 아시아 시장 적극 공략사례에서 저성장 저금리 극복전략의 단초를 얻으라고 권고했다. 이사아 신흥국의 높은 경제 성장과 부의 축적에 착목해 △싱가포르 DBS가 동남아 신흥부유층 PB사업을 확장한 사례 △말레이시아 대형 은행그룹 CIMB가 영국 RBS 아시아 주식중개 사업을 인수, 유니버셜 뱅크로 뛰어오른 사례 등을 소개했다.
이같은 적극적 개척에 힘 입어 2009년~2012년 순이익 증가율은 DBS가 30.5%, CIMB가 15.7%라고 전했다. 또한 일본계 기업의 해외진출에 팔을 걷고 신흥국 투자를 확대하며 ‘아사이 넘버1’비전을 향해 달리는 도쿄미쓰비시은행을 주목할 사례로 꼽았다.
사실 글로벌 유수 은행들이 철수에 급급할 때 미쓰비시은행을 포함해 일본 3대은행들은 아시아 금융회사를 인수하거나 제휴하는데 힘 쏟았고 해외 수익 비중이 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 신흥 강자로 면모를 굳혀 왔다는 지적은 전부터 제기된 것이다. 미쓰비시 은행만 하더라도 해외수익 비중이 2010년 22.3%에서 지난해엔 28.7%로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 사업역량 축적과 확대, 구조 다각화 & 심화 함께 가는 모델
자본시장연구원 김 실장은 금융회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아시아 금융회사들이 노린 것은 전문인력확보 목적 또한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을 함께 확보해야 영업네트워크를 고스란히 내재화 할 수 있다는 것은 국제 M&A(인수·합병)의 기본 중 기본. 글로벌 유수 금융회사가 퇴각하는 과정에서 국내 금융계가 기회를 잡은 사례는 RBS가 우즈벡에서 철수할 때 인수에 나섰던 산업은행 등 꼽을 만한 사례조차 드물기에 아시아권 경쟁국이 선수를 치고 나선 것에 대해 국내 금융계는 능동적으로 따라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일본은행들이 비이자부문을 강화한 것 역시 해외 사업 확장과정에서 확충한 사례가 있다고 농협경제연구소 송실장은 전했다.
◇ “금융업이 국부창출하는 변신 서둘러야”
그리고 20일엔 우리 나라 금융산업이 글로벌무대에서 국부창출에 앞장설 수 있으려면 금융전문인력 투자가 첩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식 교수(경제학부)는 현대경제연구원과 대한상의 등이 마련한 ‘국민행복시대 경제정책 방향’토론회에서 “무역자유화 때는 인력양성에 미리 나서는 등 준비가 철저했던 반면 자본자유화 때는 인력양성 없이 추진하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자본에 의한 국부유출을 막고 한국 금융산업이 국내외 시장에 걸친 적극적 투자로 국부창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면 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방도로 그는 △금융공공기관 교육훈련비 비중 확대 △민간 금융사 경영감독 때 교육훈련비 비중을 주요 지표로 삼는 방법 등을 지목했다. 모 금융그륩 CEO가 “국내 은행 인력들은 역량이 안된다”는 단견만 내리고 뚜렷한 후속대책이 없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지적을 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