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초부터 고금리특판 러시
올초 최대히트상품은 펀드도, 랩도 아닌 특판상품이다. 거래대금침체에 따른 브로커리지 사업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자산관리 쪽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연초부터 특판에 올인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의 경우 올해 사업목표를 자산관리체질개선으로 정하고 ‘특별한’ 금융상품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고금리형 특판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상은 고금리 RP, 통화안정채권. 금리는 각각 연 4.0%(RP), 연 3.4%(채권, 변동가능)다. 원리금의 경우 RP는 KDB대우증권이, 채권은 한국은행이 지급을 보증한다. 매주 월요일에 내놓을 때마다 하루만에 완판되는 등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경쟁사들도 고금리특판에 합류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 19일 연 4.0% 특판RP판매에 돌입했다. 애초 판매예정액은 1000억원. 1주일전 200억원 특판RP가 조기마감됨에 따라 남은 800억원을 한번에 설정해 추가판매키로 했다. 가입한도도 기존 1인당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 20일 매주 500억 원씩 선착순 모집하며, 6주 동안 총 3,000억 원 규모로 판매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 김봉수 IPS본부장은 “최근 저금리로 단기자금 굴리기에 고민이 많은 개인 고객들을 위해 특판RP를 준비했다”며 “향후에도 고객 재테크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금리인하유력, 수익성에도 부담우려
이같은 고금리 움직임은 ELS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지난 18일 내놓은 ‘한화스마트 ELS 2098호’가 대표적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최악의 경우라도 원금보장은 물론 3%금리를 보장한다는 것. 기초자산은 ‘KOSPI200지수’이며 만기는 1.5년이다. 최소3%~최대12% 수익을 추구한다. 쉽게 말해 최악의 경우라도 원금보장뿐아니라 3% 이자까지 챙겨주는 구조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최초는 아니며 이전에도 금리가 낮을 때 만기기간을 늘려 최소한 수익률을 달성하는 구조”며 “최대 12%의 기대수익률을 노리면서 수익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챙길 수 있어 저금리로 투자처가 마땅치않은 지방금고, 법인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이들 상품의 금리가 높아 자칫 역마진으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판매하는 증권사의 RP특판금리가 4%. 시장에서 RP금리가 평균 2.75%~2.80%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판매는 즉시 (-125~120bp, 1bp=0.01%)손해라는 것이다.
특판규모도 크고 판매기간도 길수록 부담은 더 심하다. 실제 KDB대우증권의 경우 RP특판판매기간은 지난 1월부터 오는 12월까지 1년이며 매주 400억원어치를 판다. 그 예정규모만 약 1조원에 달한다. 앞서 금리차 125-120bp (-1.25-1.2%, 1bp=0.01%)를 적용할 경우 1조원어치를 팔면 약 125~130억원의 출혈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특판은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미끼형 상품으로 규모나 판매기간도 한시적”이라며 “자산관리는 금리뿐 아니라 컨설팅능력이 중요한 것을 감안하면 특판의 효과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금보장+알파형 ELS에 대한 우려도 비슷하다. 파생상품분석팀 관계자는 “투자자는 좋으나 발행사에게는 부담스런 구조”라며 “과거처럼 코스피 변동성이 높지않아 103%운용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역마진논란에 대해 확대해석에 가깝다는 반응이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이번 특판은 일반 상품출시에 들어가는 광고비를 포함한 마케팅비용들을 다 생략하고 이를 고객 수익률로 돌려서 준비한 이벤트”라며 “마케팅비용절감을 감안하면 특판금리는 손익분기점 수준”이라고 말했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신규고객, 가입금액제한 등 조건을 둔데다 미래고객확보비용을 합치면 서로 상쇄되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현오석 부총리 내정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1년 내내 확정금리로 판매한다면 금리인하가 단행될 경우 역마진손실폭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