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거래고객 재무적 수요를 바탕 삼은 자금공급 확대는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신규 고객 발굴은 언감생심 꿈 꾸기 어려운 지경이라는 것이다. 상반기 경기가 나쁘고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진다 해도 저성장 궤도를 벗어나는 게 아니라 소폭 반등에 그친다면 한계상황에 몰릴 중소기업이 늘어날 수도 있어 낙관론을 펴기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당장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태도를 띤 은행들이라 할지라도 개선 노력은 부분적이고 산발적인 수준이다. 때문에 중소기업금융 전 과정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수준의 장기적인 개선 작업을 펼쳐야 하며 은행권 자발적으로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면 정부와 감독당국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극약 처방론이 대두하기도 했다.
◇ 기업들 힘겨움 비해 돌파 노력 산발 그쳐
A시중은행 기업금융지점 담당 한 간부는 “시중은행들은 더 이상 점포를 늘릴 수 없고 중소기업 여신분야에만 매달릴 형편이 안되기 때문에 인력과 점포 면에서 금융지원을 늘리는 일조차 버거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기업금융 전담 점포에서 중소기업 금융을 취급하는 곳이 없진 않지만 대형화의 극을 향해 치달려 온 시중은행들의 경우 일반 점포들이 기존 거래관계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여신을 취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은행 점포는 올해부터 축소세로 전환할 개연성이 높다.
일부 은행은 무수익 점포 통폐합을 꾀할 예정이고 추가 출점에 나서는 곳은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곳을 선별, 저비용·핵심고객 지향형 점포를 염두에 둔 산은과 외환은행 스타일이 대변할 전망이다.
담당 인력 또한 크게 늘리기 어려운 가운데 외환은행처럼 중소기업 심사지원 TF팀을 신설한 것은 특이한 경우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지원 규모를 2조원으로 설정한 우리은행, 틈새시장 발굴을 다짐한 신한은행 등의 신선한 움직임 역시 확산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대규모 무료컨설팅을 통해 사업구조 조정을 도우면서 자금공급을 늘려 온 기업은행처럼 설비투자, 창업기업 등 우리 경제의 미래동력과 활력을 높이는 부문에 지원을 늘리려는 은행은 지금도 ‘특별한 곳’으로 분류해야 할 실정이다.
◇ 관계형 금융~지역 밀착 전문가 그룹 육성 등 과제 산적
새로운 고도화 책략을 논하려면 대형시중은행이 주도하는 은행산업에서 중소기업 금융역량이 크게 약화된 원인을 짚는 일 또한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은행권 관계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민금융만 요란했던 이명박 정부 5년간 금융정책 의제로 떠오른 적이 거의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은 해마다 12월이면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곤 했다.
2003년부터 10년 동안 12월 한 달 동안 중소기업대출 감소 규모만 평균 약 5조 350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2009년 이후 12월 한 달 대출 감소 규모는 적어도 7조 7000억원(지난해)에서 많게는 10조 2000억원(2011년)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건전성 관리 성적이 매우 나빠졌다는 반증이다.
B시중은행 강북권 한 지점장은 “해마다 부실정리를 위한 여신 매각과 상각 규모를 크게 늘렸지만 부실채권비율은 글로벌 위기 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적극적으로 금융지원을 늘리기를 바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당위성과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단기적으로 중소기업인들이 생생히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 심사-실행-사후관리 모두 ‘관계심화 밀착경영’이 관건
이렇다 보니 지방은행 관계자들이 쏟아 내는 시중은행 비판논리가 다시 부각된다. 박영빈닫기

하지만 지방은행 공백지역으로 남은 중부권에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간헐적이나마 반복해서 분출되는 배경에는 지방은행 만큼의 장기적 관계심화 금융지원을 펴기에 시중은행이 적합하지 않다는 경험칙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없지 않다.
금융연구원 손상호닫기

중소기업에 최적화하는 여신심사와 비금융지원을 겸비하려는 노력, 틈새시장 발굴을 병행하는 기존 고객 관계 심화 노력, 중소기업고객 친화적 상품과 각종 서비스 집적화 등 은행들이 산발적으로 추구하는 일을 묶어주는 것만 해도 대단한 변화가 예견될 정도다.
할 일은 많은데 충분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 자원조차 많이 육성해 놓지 못한 단기 재무지표 중심 은행경영관행을 뿌리 뽑지 않고서 중소기업 중흥을 통한 실물경제 활력 찾기, 그리고 이를 통한 은행 경영 돌파구 마련의 선순환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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