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곡점 통과가 임박하고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온다는 예보가 우리 사회를 엄습하자 급작스레 대규모 적자 늪에 발이 묶이고 부실채권 홍수로 인해 존망을 걸고 뛰어야 했던 일본 은행권의 ‘잃어버린 10년’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공포감도 태동했었다. 하지만 걱정이 지배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활로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를 모색하는 시각이 날카롭게 제시되고 있어 도리어 은행산업이 크게 성숙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 경제여건 닮은 점 만큼이나 다른 점 뚜렷
평행이론 따위 잊어버리자 주창한 현대증권 구경회 애널리스트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는 고령화가 진행됐다고 모두 다 저성장과 금융업 붕괴현상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독일과 일본 금융업에 큰 격차가 발생한 것은 ‘디플레이션’의 유무에 의해 갈린다”고 주장했다. 가장 걱정거리였던 가계부채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에 큰 위기가 올 가능성과 더불어 부동산 디플레이션이 따를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젓는 것에 더해 독일과 네덜란드 등의 사례를 통해 미래를 예측했다.
통일 특수를 빼더라도 견조한 경제성장을 이끈 독일 거시정책의 뚝심과 경제구조 개혁과 금융자유화에 과감히 나선 네덜란드는 일본과 다른 길을 겪었다는 논지다. 실제로 부동산, 금융, 거시경제 등 서로 다른 분야 국내 전문가들 다수가 일본과 같은 자산 버블 붕괴 및 급격한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 수익성과 건전성 동시구현에 익숙한 대한민국 간과 곤란
일본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급격히 대출을 늘렸다가 큰 손실을 입었던 과정을 깊이 있게 연구해온 IBK경제연구소 서경란 연구위원은 “일본 은행들의 잘못을 반면교사 삼으면 오히려 우리가 갈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 위원은 “저금리-저성장 여건 속에서 이자수익 감소는 불가피한 만큼 이를 감내하고, 무리한 대출확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이자이익을 벌충하려는 노선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자마진이 줄자 처음엔 대출을 늘려서 한계기업까지 유동성을 준 결과 나중에 부실을 더 크게 키우는” 제 발등 찍는 선택은 미리 막자는 것이다. 당장 이자이익 하락을 막을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독배’가 될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아울러 서 위원은 일본 은행들이 진행한 M&A빅뱅의 이면 역시 직관할 것을 권고했다.
이미 부실 기관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M&A 빅뱅이 진행된 뒤 일본 은행들의 성과와 관련 국내외 전문가들은 비용절감엔 성과가 있었지만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신사업구조를 통한 수익모델 창출 여부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래야 중립적이라는 사실을 그는 떠올렸다.
서 위원을 비롯한 IBK경제연구소가 저성장-저금리 시대 대한민국 은행들이 중점을 둬야 할 과제를 놓고 내린 잠정적 결론은 적정한 자금공급과 건전성을 함께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요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 당국 구조조정 및 경영지도 태도도 크게 달라
무엇보다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 금융 구조조정의 잘못된 점으로 정부 당국이 제 때에 필요한 만큼 자원분배 조정 또는 정책적 뒷받침을 못했던 것을 지적한 바 있다. 반대로 국내 금융당국은 과감한 부실제거와 우량기관 중심 재편의 경험에 앞서 있고 지금은 건전성 및 자본력의 수준을 국제적으로 우량한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국내에서 중위험 시장 추가진출과 더불어 해외시장에 의미 있는 진출을 하려는 책략들이 진정으로 구체화 한다면 국내 금융기관끼리 추가 M&A 없이도 대한민국 금융산업 경쟁력은 크게 도약할 수 있다는 지적은 지난해 여러 토론회에서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의견개진이 이뤄진 바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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