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한국은행이 낸 ‘2012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중소기업대출은 5조 1197억원 늘었다. 올 한해 전체 증가 규모 11조 2000억원의 46%나 차지할 정도로 ‘대박’이라 부를 만한 수치다. 월간 기준으로 올 들어 가장 증가 폭이 컸던 지난 3월 2조 1288억원보다 약 3조원 가까이 큰 규모다.
반면에 대기업대출은 2869억원에 그쳤다. 대기업 대출은 반기말 지표 관리에 힘썼을 것으로 추정된 지난 6월에 9208억원 증가한 것을 빼면 달마다 조 단위로 늘었던 터였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9월 이전에 월간 단위로 가장 증가폭이 컸던 1월과 3월 모두 중견기업 이상으로 분류받아야 할 기업들이 중소기업 명단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때다.
◇ 한 달 증가치가 3개분기 증가 총액의 46%
은행들은 올 들어 주로 결산월이 지나면 중소기업으로 잔존시킬 곳과 대기업으로 재분류할 곳을 정리해왔다. 4월과 6월 중소기업 대출은 오히려 감소하고 5월엔 4764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던 2분기, 그리고 역시 증가치가 적었던 지난 7월 등이 중소기업 재분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9월 중소기업 대출 증가규모가 5조원을 넘겨 버린 것은 비정상적 현상인 셈이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자금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하기 어렵다. 단지 특수한 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리는 정황이다.
한은은 “추석자금 수요, 월말 휴일로 인한 대출상환 이연 등의 영향으로 중소기업대출이 큰 폭 늘었다”고 풀이했다. 추석을 앞두고 운영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나 은행 대출 창구를 그만큼 많이 찾은데다 월말에 처리하곤 했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 결제성자금 대출의 만기상환이 추석 연휴 영향으로 10월 2일로 이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 역전은 커녕 양극화 불변 추정
반면에 대기업 대출 규모가 크게 줄어 든 원인에 대해 한은은 기업들이 분기말을 맞아 부채비율 관리에 나섰고 기업분류 변경이 일단락 되면서 새로 편입된 기업이 적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자금조달 여건이 아직 여유로운 대기업과 결제성자금 인출이 10월로 연기된 특수한 사정 때문에 대출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착시를 불러오는 중소기업의 사정은 전혀 역전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중소기업 단계를 벗어난 우량기업들을 대거 떠나 보낸 뒤 남아 있는 진짜배기 중소기업들에 대한 은행 대출행태는 10월 이후 추세를 살펴야 정확하게 파악 가능할 전망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