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PF금융의 재도약 ① 프롤로그 ] 아픔 견디며 중장기·전방위 전략 추슬러야](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813082249119688fnimage_01.jpg&nmt=18)
‘사촌도 아닌 경쟁상대가 논을 쓸어 담다 시피 사들이고 있어 심리적으로 배가 아프고, 체력과 휴식을 충분히 안배해 가며 따라갈 만큼 여유가 없는 기회의 땅이 열리니까 아파도 참고 뛰어야 할 판이다.’
규모 면에서나 수행하는 역할 면에서 해외 PF금융에 앞장서고 있는 핵심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렇다.
글로벌 외환위기 직전만 하더라도 국내 손꼽히는 시중은행들이 팔 걷어 붙인 채 아시아 무대를 중심으로 시장공략 움직임이 활발히 펼치며 사업모델 다각화에다 해외 수익비중을 크게 높이나 해서 기대를 품게 했지만 ‘도루묵’이었다. 선진국 금융계로부터 위기가 발발한 2008년으로부터 3년 반도 더 지난 지금 일부 시중은행이 사업기회를 포착하고 재공략하기 위해 추스르고 나설 뿐이다.
현업을 잘 아는 사람들일수록 입 모아 말한다. 범 정책금융기관들만 발버둥 쳐서는 절대 해외 금융비즈니스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고.
◇ 자꾸만 배가 아픈 까닭, 머리로는 아니까
아시아계 금융기관 가운데 글로벌 PF시장의 주도권은 인도에서 일본으로 빠르게 넘어 갔다.
국제적 PF 딜 집계 전문기관 Dealogic에 따르면, 미쓰비씨 UFJ 금융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PF 론(Loan) 시장에서 114억 9200만 달러를 대면서 세계 2위에 올라섰고 스미토모 미쓰이 금융그룹이 105억 2800만 달러로 3위에 올랐다. 2010년 20위권 밖에 있던 일본계가 일약 선두를 위협하는 자리로 쌍을 지어 온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들 그룹은 각각 55억 7100만 달러와 40억 9700만 달러로 2,3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14위에 올랐던 미즈호 금융그룹이 28억 3200만 달러로 6위를 꿰차며 10위권에 새로 진입해 기세를 올렸다.
◇ 인도계 퇴조 속 중국계 기죽지 않는 강세 지속
반면 인도계는 나라 안 경제가 부진의 늪에 빠지자 뒤로 처지는 모습이 완연했다. 2010년과 이듬해 선두를 고수했던 State Bank of India가 올 상반기에도 1위를 유지했지만 일본계와 격차는 갈수록 줄고 있다. 2010년과 이듬해 세계 10위 안에 들었던 인도계 IDBI Bank와 Axis Bank는 올 상반기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지난해 4위에 올랐던 중국개발은행(CDB) 자리는 Bank of China가 대신 차지하면서 중국계도 밀리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금융계에선 산업은행이 2010년 18위, 지난해 11위에 이어 올 상반기 8위에 오른 게 전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일본 빅3 금융그룹이 국내 영업이익이 감소한 속에서도 해외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났다고 전했다.
◇ 적을 알고 나를 알기 때문에 ‘출사표’ 채비
다른 분야와 더불어 유럽계 강자들이 PF금융 분야에서 철수 또는 사업축소에 나선 공백을 발빠르게 적극적으로 잠식에 나선 결과로 풀이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 빅3에 비해 결코 인력 수준에서는 밀리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비록 업력(트랙 레코드)이 중시되는 IB(투자은행) 분야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경험과 노하우 면에서도 크게 뒤진다는 견해는 접하기 어렵다.
문제는 크고 기간이 길게 마련인데다 국내 인력이 소상히 파악하기 힘든 해외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스크 부담을 떠안기가 쉽지 않고 산은이나 수은보다 해외조달 조건이 나쁜 시중은행들로서는 마진 싸움에서 승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사정도 한몫한다.
조금만 통 크게 보고 결단을 내리면 대형 시중은행과 상위 금융투자사 등 국내 민간 금융회사들이 파고들 틈새시장이 충분하지만 위축돼 있어서 안타깝다는 지적이 일선 현장에선 두텁게 깔려 있는 것이다. 장기적이고 큰 안목 아래 전방위적 노력을 펴면 기회가 풍부한 시장을 그냥 둬선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뜻 있는 금융인들은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