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의 격과 규모부터 달랐다. 본부장과 부·점장들을 비롯해 책임자 및 행원에 이르는 약 1200명 규모의 정기인사를 한날 동시에 시행하는 이른바 '원샷 인사'였다.
윤 행장의 대규모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의 큰 줄기를 키워드로 요약하면 △본점 및 영업점 인력간 순환 발령 △영업현장 우선주의 및 영업점 우대 강화 △여성인력의 발탁확대 △사업부제 일부 개편을 통한 사업부간 시너지 극대화 등이 특징적이라는 평가다.
◇인력 순환 역시 영업현장 우선하고 우대하는 맥락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본점 및 영업점 인력간 순환발령이 대폭 확대된 점이 꼽힌다.
본점에서 오래 근무한 부서장 40명을 포함하여 본점 경력이 오래된 여신심사역 등을 전략적으로 영업점 직원과 교체하였다.
또한 영업점 경력이 많은 지점장들을 본점으로 이동 배치하여 본부와 영업점의 간극을 줄이고 영업 현장의 시각과 의견이 자연스럽게 수렴되는 분위기를 꾀했다.
윤 행장은 특히,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대내외 경제환경을 업무추진력을 높여 돌파할 수 있도록 직원 사기를 크게 진작하기 위해 예년보다 많은 약 50명 수준의 신임 지점장을 보임시켰다.
뛰어난 영업능력을 발휘한 영업점 직원이 승진 최단경력 단축에 따라 부·점장급으로 발탁하는가 하면, 승진이 지체된 일부 고경력 고참 직원 중에서도 최근 영업실적이 탁월한 경우 특별승진시켜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점장 승진자들 중에는 외환은행 행내 부부인 김학돈·최문형 차장이 같은 해 입행한 뒤 같은 날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진기록이자 겹 경사를 맞기도 했다.
◇여성인력 포용력·리더십·현장감각 중용 두드러져
아울러 여성인력에 대한 중용도 뚜렷했다.
본점 주요 부서인 개인상품부장, 연수지원팀장 및 직원만족팀장을 영업점에서 우수한 영업실적과 리더십을 보여준 3명의 여성 인력으로 교체하였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은행의 신상품 개발을 총 책임을 지게 될 조성숙 개인상품부장은 오랜 기간 본부에서 개인영업 기획을 담당하며 여·수신, 외환, 카드 등 다양한 분야에 식견을 갖추었고 행내 CRM 시스템을 구축의 산 증인으로 알려졌다.
풍부한 영업점 근무 경험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직관력을 바탕 삼아 고객 감동을 극대화하는 히트 상품을 연이어 창출하라는 주문의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최희수 연수지원팀장은 외환은행이 '장미텔러'라는 이름으로 고객만족제도를 최초로 운영할 때부터 참여한 은행내 CS 전문가이다.
영업점에 배치된 직원들에 대한 실전 연수를 진두 지휘할 팀장으로 업무 지식뿐만 아니라 영업점의 CS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줄 적임자로 손 꼽히고 있다.
은행 내부고객인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복지를 담당할 김미애 직원만족팀장은 은행 생활 대부분을 영업점에서만 근무한 정통 영업점 출신 직원이다.
영업점의 애환과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본점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영업점 직원의 입장에 서서 격무에 지친 영업점 직원을 넉넉하게 감싸 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대해 볼만 하겠다.
이렇듯 능력과 현장을 중시하는 인사를 낸 윤용로 은행장은 24일 신임 부·점장들에게 직접 격려하면서 “오늘 7월 24일은 서기 612년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살수에서 수나라 군대를 섬멸한 전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날”이라며 “신임 지점장 여러분들도 사령장을 받은 7월 24일을 기억하며 영업현장에서 을지문덕과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은행측은 전했다.
윤 행장은 오는 7월 말 전 직급에 걸친 승진 발령을 예고한 가운데 묵묵히 맡은 바 일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숨겨진 인재들이 반드시 보상을 받는 공명정대한 인사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점 극대화 약점보완 사업부제 개편 새바람
아울러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던 시절 약화됐던 대표적 부문으로 꼽히는 IB금융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본부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자본시장본부 소속 투자금융부를 IB본부로 확대개편해 신설했다.
외환은행의 최강점으로 이름난 기업?대기업 및 해외 부문 역량과 공조체제를 갖추게 될 IB본부는 구조화금융팀, 인수금융팀, 국제금융팀, 인프라금융팀으로 구성된 투자금융부와 부동산금융팀 및 부동산PF지원팀으로 구성된 부동산금융부로 진용을 짰다.
IB본부 첫 본부장에는 외환은행의 대표적인 IB인력인 이재학 전 자본시장본부장을 이동 배치하였고, 자금시장 부문을 담당하는 자금시장본부장으로는 자금시장 및 유가증권 시장에 정통한 이형수 충무로 지점장을 임명했다.
이 밖에 윤 행장은 영업역량 응집력을 해치는 것으로 지적받아 온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대폭 손질했다.
과거 개인금융, 기업금융의 부문장의 경우 호칭만 부문장이었고 같은 지점에서 동일한 지점장급 대우를 받으며 경쟁을 벌였던 것을 사업부제 개편을 통해 각 부문장을 지점장 아래 두어 지점장이 부문장에 고과 평가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경쟁보다 협력과 효율화를 꾀하도록 전환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