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은행의 경우 오는 8월로 예고한 금리 수준 인하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예고해 놓았고 분류기준 변경의 와중에 중소기업 자금공급 정책을 집중적으로 가다듬은 산은의 공급 규모나 추구하는 혜택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은행은 또 하반기 중으로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펀드 출범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 “기은, 이자이익 줄어도 핵심고객 기반 넓혀 이득”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지난 28일 인천 남동공단 방문 간담회에서 중소기업대출 금리 상한 선을 10.5%로 연체금리 상한선은 12%로 낮추겠다고 예고 했다. 시행은 51주년을 맞는 오는 8월부터.
지난해 연체대출 금리를 18%에서 13%로 낮추고 올 초에는 17%였던 일반 대출 금리 상한선을 12%로 낮춘 바 있다. 물론 이번 인하 폭이 일반대출 1.5%포인트에 연체금리는 1%포인트인데다 이미 약속했던 전략을 실제 이행하는 것이어서 당장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하지만 조 행장이 “내년 중으로 일반대출 금리 상한선을 한 자릿수로 낮추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거듭하면서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며 전략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는 것마저 소홀히 하는 전문가는 적다. 비록 그동안은 기업은행의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단계적으로 추가 인하하고 나면, 거꾸로 시중은행이 강점으로 삼던 금리경쟁력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5월 중 7% 미만 대출 비중 면에서 신한, 하나, 농협 은행은 기업은행보다 3~4%포인트 이상 많았고 기업은행보다 7% 미만 대출 비중이 적은 곳은 주요 은행 중 우리, 외환 두 곳 정도였다. 반면에 10% 넘는 고금리 대출 비중은 외환, 국민은행이 4.0%와 3.5%로 3.7%인 기업은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 대부분이 1~2%대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수준을 낮추고 들면 어려울 때도 지원받을 수 있다던 신뢰에 더해 금리경쟁력까지 갖추는 것이기 때문에 핵심고객층이 더욱 두터워질 개연성이 짙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 구용욱 애널리스트는 “기업은행으로서는 이자수입이 일부 줄어들겠지만 자금조달 상황이 순조로운데다 대손부담이 줄고 우량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득이 생길 것”이라고 봤다. 그는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시장에서 위상은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 상환 유예까지 차림표·규모로 미는 산은
KB투자증권 심현수 애널리스트는 기은의 금리 인하 전략에 따른 이익 감소 영향은 최근 조달여건 개선을 미뤄볼 때 제한적이며 상대적 고금리에서 벗어나 고객기반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정부의 중소기업금융 강화 정책에 따라 관련 프로그램을 다듬은 산은의 행보도 규모와 내용 모두 시중은행엔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미 가동에 들어간 KDB파이오니어, KDB다이렉트 파이오니어, 동반펀드 등을 통한 자금공급 규모만 2조 2000억원에 이른다. 중소기업 전용 운영자금 금리 0.5%포인트 인하에 연 4%대 파격적인 공장부지특별대출에 나선 데 이어 하반기 첫날인 1일에는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것 가운데 상환유예 절차 간소화 등으로 3조 7000억원 규모의 상환유예 혜택을 주고 해외진출 지원 프로그램도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금리 싸움~고객 뺏기로 변질 되는 상황 경계”
이들 은행의 의욕적인 중소기업 지원 전략에 대해 취지와 수혜 폭 등의 면에선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저마진 영업구조에 가까워지거나 우량기업 등 특정고객 모시기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 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1일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으면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금리를 비롯한 지원책에 앞장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우량 중소기업에는 몰리면서 어려운 기업 포기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흐름이 생길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