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긴 흐름 좌우 신규 예대금리차 보합세
은행권이 반기는 대목은 신규 취급 기준 예대금리차가 보합세를 형성했다는 사실이다. 한은이 집계한 가중평균금리 동향을 살펴 보면 4월 신규 예대금리차는 2.01%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2%대 초입과 1%대 끝자락을 오갔던 수준을 유지했다. 마치 바닥권을 견고히 다지는 듯한 모습을 방불케 했다.
지난해 한 때 3%대를 뚫고 올라 섰다가 꾸준히 내림세를 걸어온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88%로 지난해 3분기 이후 버텨 내던 2.9%대 벽이 뚫렸지만 비관할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대세를 이뤘다.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신규 기준 움직임에 반년 이상 뒤늦게 닮은 꼴을 그리곤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한 뒤 은행 예대 마진은 극명한 부침을 겪었다. 대외 경제 급변에 따른 직격탄에 신규 예대금리차가 1.3%대로 곤두박질 했던 2008년 하반기의 후폭풍은 2009년 상반기 신규 기준 예대금리차가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를 웃도는 괴현상을 낳은 바 있다.
당시 6월의 경우 신규 기준이 2.51%로 잔액기준 1.89%를 내려다 봤다. 거꾸로 신규 기준이 2%대 초반대로 낮아진 새 잔액기준 금리차는 회복되기 시작해 2011년에 이르러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터널을 돌파한 뒤 제2의 황금기를 연 바 있다. 2010년엔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2% 후반으로 올라섰고 이듬해 상반기엔 3% 초입에 발을 들였고 하반기엔 3% 턱밑을 노닐었다.
이는 2007년 말 2.96% 수준이나 2006년 말 3.04% 수준에 견줄 만한 수준이다.
◇ 대세 하락 피할 수 없지만 밋밋한 곡선 예고
물론 낙관적 요인만 가득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삼성증권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부 대형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낮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난해 발행된 예금의 차환발행 과정에서 조달 비용(대 고객 이자 지급 비용) 상승 효과가 소폭 존재하고 은행 대출 포트폴리오 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을 이자마진 하락 압력으로 꼽았다.
다만 예대금리차 하락세가 둔화될 요인 또한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연중 수신 금리가 하반기고 갈수록 상승한 만큼 올 하반기 차환 발행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 영향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인데다 은행 예금 금리가 2분기 들어 낮아지는 추세”였던 점에 주목했다. 이와 관련 신규 기준 예대금리차가 3,4월 연속 2% 초입부를 버텼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상황으로 볼 만하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컸던 금리차 행진 때 신규기준 금리차는 4월 이후 낮게는 1.92%에서 높게는 2.10% 사이에서 등락했다.
◇ 보수적 대출 행태 은행 수익기반엔 보약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만 늘리고 가계대출 총액을 낮추는 동시에 중소기업대출은 억제한 채 대기업대출 위주로 돌아선 대출행태는 수익기반엔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대율 규제를 조기에 충족시킨 여세를 몰아 대출 창구를 옥죄고 있는 가운데 은행 예적금 유입세가 견조한 데 힘입어 단기 은행채 순상환세를 잇고 있는 것이 요즘 은행권의 자금조달 추세다.
실제 은행들은 대출 성장률을 GDP증가율에 물가상승률을 합한 수준에서 적잖이 밑도는 수준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대출을 늘리기 위한 예금유치 경쟁 가능성이 희박해진 대신에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일부 업계의 신뢰회복이나 자산시장 예측가능성이 크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들의 예대 마진에 대한 우월적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개연성이 짙다. 그렇다면 적정한 대출 성장 속에 이자이익 수준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지 않을 것이고 비이자이익이 수수료 이익 중심으로 줄더라도 은행 이익기반은 건실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할 만 하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