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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 유럽위기, 재정긴축만이 능사아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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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2-02-26 21:37

SK증권 염상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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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 유럽위기, 재정긴축만이 능사아니다
과도한 정부부채, 어려운 경제상황부담

긴축안이행 준비 등 자체개선노력 중요

추운 겨울, 영양실조로 고생하고 있는 어린이가 있다. 이 어린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잘 먹인 다음 따듯한 봄이 왔을 때 체력단련을 시킨다면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매우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춥고 배고픈 어린이에게 “몸이 따뜻해 지기 위해서는 뛰면 된단다”라고 말하면 그 어린이는 몸이 따듯해 지기 전에 먼저 쓰러질 것이다.

유럽 전체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인은 과도한 정부부채로 인한 재정위기다. 원인이 재정이기 때문에 해결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재정긴축이다. 그러나 이미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유로존에 재정긴축까지 더해진다면 유로존은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춥고 배고픈 어린이에게 뛰어다니면 몸이 따듯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기업의 총 자산은 자본과 부채로 이루어져 있다. 자본은 비용이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부채는 이자비용이 존재한다. 기업이 창출할 수 있는 이익규모가 최소한 이자비용보다는 커야지만 그 기업은 존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익이 줄어들거나 (경기침체로 인해) 이자비용이 상승하는 경우 (조달금리의 상승) 그 기업은 존속성에 대해 의심받기 시작한다. 이 경우 기업은 필연적으로 이익 증대를 위해 경영효율화를 꾀할 것이며 이것으로 부족할 경우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실질적인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잉여자산을 매각하거나, 추가 자본이 다른 곳에서 유입되거나, 부채 중 일부를 출자전환 시켜 이자비용을 줄이고 신규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는 다르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에 소유권을 다른 누군가에게 팔거나 살 수 없다. 추가 자본이 유입되거나, 채무의 일부 출자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모두 재정긴축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원가관리에 불과하다. 국가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은 기업이 신규투자를 줄이는 것과 같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없으면 민간의 투자라도 늘어나야 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런 일이 자생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재정긴축안은 안그래도 어려운 경제를 당분간 더욱 어려운 상태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른 방법으로 국가의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 자산매각을 실시 할 수 있지만, 역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공기업 매각 등에 나서게 될 경우 결국 부채가 감소하긴 하지만, 국가의 이익도 함께 감소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국가채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업은 출자전환도 이런 상황에서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것이다. 부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마지막 카드, 출자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에 국가의 소유권 이전은 불가능하다. 과거에는 이런 것이 가능했었다.

바로 전쟁을 통해서 말이다. 어느 국가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그 나라를 자신의 나라로 흡수시켜 버린 뒤 새롭게 성장하면 그만이었다. 과정에는 문제가 있지만, 세계 경제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재에는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 국가 채무를 출자전환 할 수 없기 때문에 재정위기에 봉착한 나라는 재정긴축안이라는 한계가 보이는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재정긴축안은 효과가 있을 것이며, 실제 과거 사례에서도 성공적으로 재정긴축이 이행된 사례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더디고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어려운 방법이며, 지금과 같이 유럽에 있는 수많은 나라가 동시에 국가채무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위기를 벗어났다고 판단되기 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춥고 배고픈 어린이에게 뛰라고 할 순 없다. 일단 당장은 담요를 덮어주고 먹을 것을 주고 나서 생각할 일이다. 다그쳐봐야 소용 없다.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낮아지길 기다릴 수 없다. 재정위기는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리스가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국채금리가 치솟고, 결국 구제금융이 논의되고 그리스 국채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비중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그 과정에서 그리스가 나아진 것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다시 상기해야 한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의 허리가 되는 나라이며, 이 나라까지 구제금융을 논하게 될 경우 유로화의 존폐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ECB는 적극적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를 일단 낮추고, 그들에게 재정긴축안을 준비하고 이행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줘야 한다.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낮춰야 하는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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