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스크 불식 사실상 프리미엄 뼈대세운 수은의 쾌거
수출입은행이 지난 5일(우리 시각) 단일 규모로는 대한민국 금융사상 최대 규모 기록을 세우며 성사시킨 2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는 내실 면에서 더욱 값진 성과를 내포한 것으로 칭송받고 있다.
우선 2009년 4월 그것도 우리 정부가 만기가 두 가지로 구성된 채권을 발행한 이래 처음으로 두 가지 만기 구조를 제시해 투자자층의 폭을 넓힌 것이 꼽힌다. 런던 국제금융시장 오더가 40억 달러를 넘기자 최초 제시 가격범위보다 낮춘 최종 가격 범위를 제시한 끝에 확정된 발행금리도 긍정적이다. 5년 만기 12억 5000만 달러 채권의 경우 미국채 5년물에 315bp(3.15%포인트) 가산한 수준이었고 10.25년짜리 10억 달러 채권은 미국채 10년물에 305bp 더 한 수준이다.
올해는 글로벌 위험요인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증폭된 상태인데 수은이 개시한 글로벌본드가 유통금리 수준과의 차이를 따졌을 때 지난해 발행 때와 비슷한 수준의 대접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물로 단일 규모로 최대 발행을 일궈 내면서도 가격 조건이 지난해과 비슷했다면 사실상 프리미엄 혜택을 누렸다는 풀이를 하더라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 대기업 해외 여유자금 유치로 외화유동성 텃밭 개간
강만수 산업은행장은 지난 5일 마련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식 틀을 바꾸는 것 만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강 행장은 “산은 뉴욕지점이 우리 대기업들의 자금 유치에 나서도록 적지 않은 외화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여유자금 유치에는 강 행장이 몸소 뛰며 산은맨들을 독려했다. 그 결과 확보한 자금 일부를 다른 국내 금융사에 제공해 유동성 기반을 공유하는 일이 가능했다.
이와 관련 산은 한 관계자는 “한해 400억 달러 이상의 무역 흑자를 내는 나라의 대기업들이 국내 은행들에게 자금예치를 늘린다면 확충된 유동성을 바탕으로 우리 실물경제에 양질의 외화자금을 공급할 여력이 커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행장은 파이오니어 뱅크로서 산은금융그룹의 4대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국내외 영업네트워크를 통한 역할 극대화를 꼽고 있으며 해외진출 대기업과 파트너십 강화를 통한 외화유동성 기반 확충 등에 노력할 방침이다.
◇ 쇄빙선 수은이 터놓은 길따라 한국 외채조달 긍정적
국제금융센터는 수은의 글로벌본드 발행 규모와 조건 모든 면에서 한국 기관들의 해외채권 발행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센터 윤인구 부장은 “가장 유의해야 할 리스크는 유럽 재정위기의 파장인데 수은의 글로벌본드 발행 이후 연초 선제적인 조달을 꾀하는 국내 기관들의 시도가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고 봤다.
윤 부장은 “유럽 일부국가 국채 만기도래가 집중되기 전에 선제적 조달에 나서고 시장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적기에 전략적 조달에 나선다면 올해 외화채권 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권에선 우리, 하나, 기업 등 3개 은행이 2월께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꾀하고 있고 오는 4월 5억달러 규모의 채권 콜옵션행사일을 맞는 농협도 선제적 조달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 종자돈 내고도 위기 때 큰비용 악순환 끊는 자금조달 원년 기대
산은 한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일본계 은행들에게 자금을 예치하는 것이 일반화 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일본기업들은 막대한 무역흑자로 번 외화를 일본 금융기관에 맡기거나 자국 기업과 경제를 위해 투자하는 데 적극적이기 때문에 글로벌 여건이 악화돼도 채권발행을 할 때 걱정이 적다”는 것이다. 강만수 행장은 이 점을 간파했고 해외진출 국내 대기업 자금유치에 나선 셈이고 산은 내부적으로는 무역흑자를 기반으로 확보한 외화자금의 국내 실물경제 환원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물론, 우리 기업들에게 국내 금융기관들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영역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비스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로선 국내 대기업이 선진 유수 금융기관에 자금을 예치하는 것이 일반화됐고 무역수지 규모에 비해 외화유동성이 빈곤해지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됐다. 국내은행들이 국내 대기업 해외진출에 동반해서 글로벌자금관리 서비스 확충을 시도하는 등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니다. 다만, 산은이 시도한 것처럼 기존 네트워크에다 파트너십 강화 노력으로 확충할 수 있는 노력에 착수하는 동시에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현할 인재확보 및 기존 해외 점포 서비스 제공 강화 및 추가 진출 전략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