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마케팅이 주효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부모님이 치매처럼 장기요양이 필요한 질병에 걸리지는 않을까’하는 불안심리 때문이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중에는 경제활동을 중단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들 입장에서는 사망 보다는 질병리스크가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경제력이 있는 노인들은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직접 가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불안하더라도 가입 전에 약관을 살펴보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 치매가 가장 불안
통상 치매간병비는 실버보험 상품의 특약으로 담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보험사나 상품에 따라 치매 진단이나 간병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은 500~2000만원 사이이고 차티스보험의 치매전문보험상품이 5000만원이다. 실버보험의 경우 사망보험금이 납입한 보험료에 100만원 정도를 더 얹어주거나, 많아야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풍부한 보장이다. 때문에 실버보험 가입자 중에는 사망 보다는 치매 때문에 가입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하지만 실버보험 가입자 중에는 치매를 진단받고도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로 약관의 ‘중증의 치매’라는 구절 때문이다.
◇ ‘중증의 치매’
보험약관에서 말하는 중증의 치매란 ‘치매로 진단받고, 인지기능장애 상태가 되었을 때’를 말한다. 여기서 인지기능장애 상태란 MMSE-K(한국형 간이인지기능검사)가 19점 이하이면서, CDR(Clinical dementia rating scale; 인지·사회기능 측정검사) 척도 3점 이상인 상태를 말한다. MMSE-K는 시간·장소·기억력 등을 측정하는 검사로 1∼30점까지, CDR척도는 0∼5점으로 구성돼 있다. MMSE-K는 점수가 낮을수록, CDR은 점수가 높을수록 중증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치매환자는 40% 안팎이라고 한다. 즉 치매환자 열의 여섯은 간병이 필요하지만 보험금은 받지 못하는 셈이다.
보험약관에는 여기다 또 하나의 단서가 있다. ‘중증의 치매가 90~180일 동안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증치매이더라도 중간에 상태가 호전되면 보상받기 힘들게 된다. 또 알콜성 치매나 재해로 인한 치매는 보상되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 적은 보장금액도 고려해야
실버보험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청장년층과 비교할 때, 내는 보험료에 비해 받는 보험금이 적다는 점이다. 노인의 경우 젊은이에 비해 아프거나 다칠 확률, 사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인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적은 담보도 있다.
우선 입원시 지급되는 입원급여금은 3일 이상 입원 시 1일당 1만원인 상품이 많다. 1일 입원비가 동네병원 기준으로 6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별 도움이 안 되는 셈이다. 또 골절시 지급되는 보험금은 20~50만원 수준. 노인의 경우 뼈가 잘 부러지고 또 잘 붙지 않는다. 따라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고, 욕창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따라서 실버보험 가입을 생각하고 있다면 약관부터 살펴야 한다. ‘중증의 치매가 아니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거나, ‘입원 시 받는 보험금이 문병 가는 택시비 보다 적다’는 사실을 알고 가입하는 사람은, 마음의 준비, 금전적 준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부모님의 병환으로 인한 슬픔에 금전적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배가 되기 때문이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