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회상장과 똑같은 일률규제로 합병메리트 급감
한국형 스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합병대상이 우량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회상장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해 투자메리트도 급감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거래소에서 ‘스팩성공사례분석과 미래발전방향’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고 ‘한국형 스팩제도의 발전과제’에 대해 토론을 열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갑래 세종대 교수는 ‘한국형 스팩투자선진화 방안’에 대해 선진국, 한국형 스팩투자의 특징을 비교하고 국내스팩투자의 문제와 선진화방안을 제시했다.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한국형스팩의 약점은 과도한 규제로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법무부에서 상법개정을 통해 워런트제도 도입을 추진하나 아직까지 현행 국내법상 워런트 발행 자체가 불가능해 합병만이 유일한 기업인수 수단으로 스팩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투자전략이 사실상 원천봉쇄된 상황이다.
특히 스팩합병할 때 비상장법인 합병가액산정규정이 굴뚝기업이나 성장기업 모두 획일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합병대상기업의 본질가치 및 상대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한국형스팩이 기업과 투자자가 윈윈하는 제도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기관투자자와 제도적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먼저 국내스팩시장의 경우 개인위주의 단기투기성 투자에서 벗어나 기관투자자 위주의 안정적인 시장으로 육성해야 하는데, 연금·보험부문의 주식시장 참여확대 및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 활성화가 그 대안이다.
효율적 스팩투자를 위한 제도적 인프라확충이 필수다. 현행 스팩제도는 회사법상의 특례규정이 마련되지 않은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서 도입돼 우회상장규정과 사실상 똑같은 규정을 적용한다. 비상장기업과 합병할 때 획일적인 합병가액이 산정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자본환원율의 일괄적인 적용이다. 제조업과 성장기업의 각자의 경쟁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10% 자본환원율을 똑같이 적용해 성장기업의 활성화에서 도입된 스팩제도의 취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갑래 교수는 “기업가치평가의 핵심지표인 자본환원율이 5%에서 10%로 획일적으로 적용돼 굴뚝기업에 유리하고 스팩합병대상인 성장기업에는 불리한 구조”라며 “비상장기업이 IP0상장에 비해 스팩을 통한 상장의 메리트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투자자보호방안의 경우 가장 눈에 띄는 건 스팩호의 공모가표시 의무화다. 개인들은 사업설명서 등 공시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묻지마투자’에 나서 고가에 물려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스팩 개인투자자들이 장내에서 거래할 때 호가에 공모가를 표시해 스팩주가가 기업인수 발표 전 스팩의 주가가 고평가, 저평가됐는지를 쉽게 판단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 업계 스팩시장 위축 우려감 팽팽
이같은 한국형 스팩에 대해 업계는 ‘스팩시장 고사’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대우증권 남기천닫기

이어 남 본부장은 “상대가치평가에서도 IPO는 낮은 수치 적용이 가능하도록 IPO프라이스에 대한 자율권을 주고 있다”며 “스팩의 합병심사기준이 IPO와 비슷하게 벽이 높은 상황이라면 구주매출로 자기지분의 일정지분의 현금화가 가능한 IPO를 택하지 굳이 스팩과 합병하겠느냐”고 우려했다.
박석래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도 “합병대상법인이 스팩상장의 메리트가 열악해 스팩을 회피하면 스팩발전이 위축된다”며 “우회상장과 비슷한 스팩합병가치산정을 현실에 맞게 벤처특화스팩 식으로 특성화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김학수 자본시장과장은 “스팩이 우회상장법에 속해 규정상 기본적인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하지만 스팩제도가 우회상장제도보다 투명하고, 전문가집단 맡기는 제도로 우회상장, IPO와 차별화된다”고 시장과 다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