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관련시장의 성장가능성이 풍부한데다 은행의 주력상품인 예금이 인플레로 사실상 마이너스금리에 진입, 금융자산을 활용해 ‘금리+알파’를 원하는 수요도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이같은 변화에 발맞춰 월지급식같은 연금개념을 접목한 신개념금융상품으로 은퇴시장 공략에 피치를 올리는 것이다.
◇ 은퇴시장이 블루오션
“노후, 은퇴시장이 블루오션입니다.”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주력할 분야를 은퇴시장으로 꼽았다. 브로커리지, IB같은 증권사의 주력사업이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점점 나빠지는 반면 은퇴시장은 거의 초기단계로 미래가 밝은 신시장이라는 것이다. 박사장은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은퇴시장의 공략을 위해 금융과 은퇴개념이 결합된 복합상품으로 선점하겠다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이 은퇴시장공략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은행권이 장악한 은퇴시장을 뒤흔들 선봉장은 다양한 상품라인업이 가능한 증권사의 장점에다 월지급식같은 연금개념을 더한 퓨전형상품이다. 특히 증권사의 경쟁상대인 은행권의 예금이 최근 인플레 영향으로 마이너스금리에 진입하며 금리+알파를 원하는 수요도 부쩍 늘어난 것도 호재다.
증권사의 은퇴시장공략은 크게 정기예금 대항상품개발, 포트폴리오활용에 따른 투자효과극대화로 나뉜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내놓은 POP골드에그는 예금을 겨냥한 은행의 대항마격 상품이다. 투자대상은 가장 안전한 국공채로 예컨대 매월 일정액이 지급되는 정액형에 10억원을 투자하면 매월 약 365만원을 연금형태로 받을 수 있다. 물론 만기에는 투자원금 10억원을 되찾는다. 세후수익률에서 은행의 월 이자 지급식 예금보다 연 1%포인트 가량 높고, 금융소득이 많은 자산가일수록 국공채의 절세효과도 누리는 등 1석2조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거액자산가의 입소문을 타고 출시한지 1년도 안돼 잔액규모가 2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올해들어 저금리추세와 맞물려 378억원이 팔리는 등 인기몰이중이다.
우리투자증권도 매월 일정금액을 받는 노후대비 상품인 채권포트폴리오를 내놓았다. 투자대상은 국민주택채권 등 AA+급 이상 특수채로 안정성은 거의 예금과 맞먹는다. 매월말 만기도래하는 채권의 일괄매수로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남는 금액은 만기에 맞는 채권을 도로 사서 수익성도 높였다.
대우증권이 지난 1월 내놓은 골드에이지도 은행권이 쥔 은퇴시장구도를 뒤흔들 다크호스다. 이 상품은 증권사의 최대장점인 포트폴리오설계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소득, 절세, 자산증식효과를 원스톱으로 누리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기간은 10년으로 매월 투자원금의 0.5%를 지급하며, 자산비중은 채권 30%, 안정적인 혼합형펀드 40%, 주가지수ETF 0~30% 등으로 짜여졌다.
◇ 안정성과 수익성 겸비한 복합상품으로 승부수
예컨대 10억원을 투자했다면 매달 500만원 가량의 원금이 지급되며, 펀드이익, 채권이자 등 수익을 코덱스200, 삼성그룹형 ETF 등에 재투자해 원금확대를 추구한다. 최근 은퇴자 및 거액자산가들에게 관심이 쏠리면서 출시 3개월만에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대우증권 상품개발부 김희주 이사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길어지는 은퇴 후 기간을 고려해 봤을 때 월 지급식 상품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한 좋은 투자수단이다” 며, “향후 인구구조를 고려해 볼 때 월 지급식 상품들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 강남한복판에 위치한 VVIP지점 센터장들은 최근 자산가들이 은행예금을 뛰어넘는 은퇴형상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증권 박경희 SNI강남파이낸스 센터장은 “최근 부동산시장이 위축된데다 인플레로 예금금리도 마이너스에 진입하며 보수적인 고객조차 금리+알파를 거두는 증권사의 고객자산관리능력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안정성이 예금과 맞먹는 국공채를 활용하고 연금개념을 더한 복합상품이 나오자 증권사가 위험하다는 선입관도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PB갤러리아 윤성환 센터장도 “최근 금융환경에서 은행의 예금, 펀드같은 일반적인 상품으로 은퇴준비나 생활은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고객스스로 안다”며 “은행의 안정성은 물론 채권, ELS, DLS 등을 활용해 수익성도 겸비한 맞춤형상품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은행예금에 대항하는 맞춤형상품을 활용해 은퇴시장에서 입지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손미지 연구원은 “현재 5억원 이상 은행 예치 고객은 전체 고객수의 0.7%에 불과한 데 비해 보유 예금은 전체 예금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며 “증권사의 신개념상품출시는 채권, 주식, 대안투자같은 고마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