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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프게 하지 마세요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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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1-03-09 21:22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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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우리들 생애의 저녁에 이르면/우리는 얼마나 타인을 사랑했는가를 놓고 심판 받을 것이다.’/타인을 기쁘게 해줄 때 내 자신이 기쁘고/타인을 괴롭게 하면/내 자신도 괴롭다.>

이 글은 법정스님의 말씀 중 ‘얼마나 사랑했는가’의 일부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 생애가 저물 즈음, 아니 직장을 떠날 때만 이르러도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놓고 스스로를 심판하며 크게 괴로워할지 모릅니다.

◇ 시어머니론(論)

돌아보면, 사랑한 것은 고사하고 남을 괴롭히고 아프게 한 것들이 많음을 알게 됩니다. 지나고 보면 별 것도 아닌 것을 말입니다. 직장이란 곳이 어차피 ‘일’ 때문에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곳이니까 이런 저런 사연이 있게 마련입니다. ‘덕담’만 하고 살 수도 없고 베풀기만 할 수도 없습니다. 때로는 싫은 것도 명령해야 하고, 심하면 상황의 논리를 앞세워 일자리를 빼앗기까지 합니다. 사정이 그런 것이야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하기 나름’입니다. 상대방을 더 이해하고 덜 가슴 아프게 할 수는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변호사들이 법관들을 평가·발표하여 떠들썩했습니다. “수업하는데 왜 떠듭니까. 학교 다닐 때도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지 않았어요?”라며 변호사를 상대로 훈계한 판사도 있고, “인상이 그렇게 나빠서야 더 볼 것도 없다”며 반말과 막말을 한 법관도 있답니다. 짜증나는 상황에서 툭 던진 말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툭 던진’ 한마디를 상대방은 오랫동안 기억하며 가슴아파합니다. 사람이 별 생각 없이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목숨을 잃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물론, 모든 법관이 다 그런 건 아니죠. “내가 패소한 사건이지만 당사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공정한 진행으로 권위에 승복하고 존경심을 느끼게 되는 판사도 있다”고 했습니다.

유명대학의 여교수에 얽힌 이야기도 황당합니다. 음악교수가 지도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선물’을 챙겼으며, 음악회 티켓 강매와 여름 캠프 참가 강요 등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입니다. 그 바람에 그 교수는 일생일대의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억울하다니까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말하려는 것은 위에 언급된 사건·사연들의 ‘진실 여부’가 아닙니다. 유형이 좀 다를 뿐이지 비슷한 사례가 일반 직장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그럴까 싶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는 ‘갑’과 ‘을’ 사이에 벌어지는 ‘치사한 일’이 많습니다. 뉴스를 보면 이틀이 멀다하고 그런 일이 밝혀집니다. 밝혀지지 않고 숨어있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얼마나 못된 일이 많겠습니까. 물론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부적절한 행태’ 탓입니다.

조금만 생각을 깊이 한다면 그 같은 짓을 할 수 없습니다. 조금만 세상을 길게 본다면 결코 그런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어쩔 수없이 ‘을’이 ‘갑’의 부적절한 행태에 눈감습니다. 겉으로는 머리를 조아릴 것입니다. 그러나 속으로 얼마나 가슴 치며 통탄하겠습니까.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론(論)’을 말합니다. ‘시어머니론’이란 제가 만든 개념입니다.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있다면 그는 한 가지 중대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른다는 ‘무서운’ 사실입니다. 지금은 비록 ‘갑’과 ‘을’의 관계로 며느리의 파워가 약할지 몰라도 머지않아 며느리가 ‘갑’이 될 수 있습니다. 항상 힘없고 어린 며느리가 아니죠. 세월이 상황을 역전시킵니다.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의 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상습절도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젊은 주부가 자신을 수사하면서 격려해준 여검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검사님께서 ‘아직 나이도 어려 (새 삶을 살아가는데) 절대 늦지 않았으니 앞으로 이러지 마세요’라고 위로해 주신 말씀을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며 갱생을 다짐하는 내용입니다. 비록 그녀를 구속하고 벌을 준 검사지만 당사자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법에는 단호히 대처하면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 하기 나름

법관이든 교수든 일반직장인이든 또는 시어머니든, ‘갑’의 위치에서 자기가 할 일을 하는 것이야 누가 뭐라겠습니까? 그러나 재삼 강조하지만 ‘하기 나름’입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품질’이 전혀 달라집니다. 지금은 ‘갑’의 입장과 파워를 즐길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습니다. 세월이 지난 후 그 대가를 톡톡히 지불하게 됩니다.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우리들 생애의 저녁’에 이르면 심판받게 될 것입니다. 훗날에 어떻게 ‘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겠습니까.

아무쪼록,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삶이 미워하기에는 너무 짧고, 사랑하기에는 더욱 짧습니다.” 고도원 씨는 <아침편지>를 통해 그렇게 말했습니다. 사랑만 하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남을 가슴 아프게 할 ‘여유’가 없습니다. 지금 나 때문에 가슴아파할 사람이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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