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이 공동 발표한 ‘금융선진화를 위한 비전 및 정책과제’에서 이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일본계 자본의 국내 서민금융시장 잠식 우려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자본의 적극적인 시장진출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감독당국도 은행의 대부업 시장 진출이 필요한 것으로 공감하고 있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1~2곳 대형 업체들이 독점적 점유율을 형성하고 있어 경쟁을 통한 대출금리 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계 자금이 대부업계 시장에 진입을 한다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며 금리인하 효과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6조5000억원 시장, 수익성·공공성 모두 가능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는 서민금융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이번에 발표한 금융선진화 방안에는 금융회사의 소액신용대출이 시장원리에 의해 활성화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민금융 이용 소외계층에 대해서는 공공성 측면에서 금융서비스 제공을 확대함으로써 서민금융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여신시장에서 금융권별 역할을 정립함으로써 무담보 소비자금융시장의 중층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평판위험, 고객군의 차이, 비용측면의 문제점 등을 감안하면 자회사 설립을 통해 소비자금융시장에 진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서민층의 신용위험이 높지만 소액신용대출은 수요의 지속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으며 신용평가 방식의 개선과 신용도에 따른 금리차별화로 상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부금융시장은 현재 6조5000억원 시장으로 은행계의 진출로 인해 10%의 점유율만 가져가도 괜찮은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것.
A대부업체 관계자는 “일본의 대형자금들이 속속 진입하거나 진입예정인 상황에서 은행계 자회사의 진출은 일본계 자금에 대항해 서민금융 시장을 지켜갈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며 “또한 은행입장에서도 괜찮은 수익원을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평판리스크 우려에 대해서도 이제는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거 은행이 대부업체에 자금조달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리대금 장사를 한다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저신용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해줄 수 있는 역할과 동시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됨으로써 고금리 시장에서 금리경쟁을 유발해 자율적인 대출금리를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공공성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B대부업체 관계자는 “은행은 감독당국의 엄격한 감독과 관리를 받기 때문에 불법행위를 할 수 없으며 평판리스크 때문에라도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도 은행 자회사로 금리경쟁 유도
실제로 일본의 경우 시중은행들이 자회사를 통해 대부업계에 진출함으로써 금리경쟁이 이뤄졌으며 올 6월부터 상한금리를 20%로 낮추는 기반을 마련했다.
일본은 1981년 이자율 상한선이 연 109.5%였지만 단계적으로 금리를 낮춰 현재는 연29.1%이다. 올해부터는 상한금리를 15~20%로 낮추는 법안이 중순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일본 4대 대부업체 가운데 자산 1위 업체인 아코무와 4위 업체인 푸로미스는 시중은행의 자회사 형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아코무는 2008년 3월말 기준 총자산이 1조8615억엔으로 업계 1위 업체로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2004년에는 미쯔비시UFJ파이낸셜그룹과 미쯔비시도쿄UFJ은행과 업무 및 자본제휴를 맺었다. 미쯔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13.19%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로 서민금융 시너지를 얻고 있다.
또한 푸로미스는 총자산 1조3958억엔의 업계 4위 업체로 아코무와 마찬가지로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며 미쯔이스미토모은행의 자회사다. 대주주인 미쯔이스미토모은행은 일본 시중은행 순위 2위인 선두 은행으로 푸로미스 지분의 20.71%를 소유하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도 은행들이 서민금융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금리 경쟁을 유도했다”며 “과거 국민정서상 대부업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꺼려했지만 이제 시각을 달리해 은행의 공공적 기능을 살려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일본 주요 대부업체 현황 〉
(2008.3월말 기준, 단위:명, 개, 억엔, %)
※아코무 등 주요 4사는 소비자금융(약 10조엔) 시장의 약 60%를 차지함.
※주 : ⑴ 설립년도의 ( )는 창업년도
⑵재무정보는 개별회사 기준(즉, 연결기준 아님)
⑶주요사업은 관계회사의 사업을 포함
⑷ATM·CD는 제휴사, 대출자동계약기, 대출신청기 등 포함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