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컨설팅] 새로운 변화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207210050100270fnimage_01.jpg&nmt=18)
인구감소, 부동산수요 변화, 연체율 상승 등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야
UAE 원전수주, 사상최대 무역흑자, 사상최대 외환보유고, OECD 국가 중 호주와 함께 유일한 플러스 성장, 10개월 연속 경기체감지수 상승 등 주요 언론매체에서 연일 쏟아내는 국내경제 관련 장밋빛 뉴스들이다.
이러한 뉴스들을 접하고 있으면 금융위기는 이미 딴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경기회복 국면의 본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정부가 위기관리를 잘해서라기 보다는 이웃나라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주지하다시피, 금세기 들어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커졌다. 작년 말 기준 20%를 넘어서는 사이 미국의 비중은 10% 미만으로 줄어 들었으니 중국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이 물경 700조 원에 가까운 돈을 경기부양책으로 쏟아 부었고 그 덕에 우리 수출도 작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자국의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뿐 근본적인 회복책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지금과 같은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직은 미국의 경기회복 없이 세계 경제의 회복은 있을 수 없기에 모두가 미국을 주시하고 있다.
지금 들려오는 미국의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서브프라임이 잠잠해지니 선택적 금리조정 모기지(Optional Adjusted Rate Mortgage)가 문제가 되기 시작하고 있다. Optional ARM이란 초기 대출을 쉽게 해주기 위해 실제 이율에서 일정기간 동안 이자를 내는 이율을 낮추고(일종의 거치기간 동안), 그 기간이 도래하면 그 동안 지불유예 되었던 이자율을 원금에 합산하는 조삼모사식 대출로 그 규모가 서브프라임과 유사한 수준이다.
Optional ARM 대출의 재조정 기간이 올해를 시작으로 2011년과 2012년 초반에 피크를 이루게 되어 있는데, 미국 FRB가 모기지 채권을 사주기로 한 기간이 올해 3월까지이므로, 그 이후엔 다시 개인의 파산이 급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다수의 금융기관에서는 이런 채권의 가치를 제대로 시가평가(Mark to Market)하지 않고 있어 이후 금융기관의 손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부동산에 관한 또 다른 문제는 중산층의 주택 포기에 있다.
이미 20~30% 내외 가격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하락은 멈추지 않고 있어 중산층은 ‘전략적 주택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전략적 포기란 주택가격이 폭락한 상황일 때 집값의 잔존가 보다 많은 주택담보대출(home equity loan)을 당겨 쓴 주택소유자는 집을 보유하면서 모기지를 지불하는 것 보다 부도가 유리한지를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높은 모기지 지불금액을 감당하기 힘들고 이미 폭락한 다른 주택을 구입했을 경우 기회비용이 훨씬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때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배우자 한쪽의 신용을 희생해야 하지만 그래도 직장을 잃은 중산층을 시작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다.
아울러 역대 최장의 실업기간, 무역적자, 중앙 및 지방정부의 재정적자, 연기금 고갈, 무분별한 통화증발에 이르기까지 미국경제는 대공항 이후 최악의 시기를 이어가고 있다.
눈을 국내로 돌려보면, 국내 사정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증가, 소득의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심각한 것은 바로 인구 구조의 고령화와 인구의 절대감소 추세에 있다. 내년이면 35~54세 인구가 정점에 다다르는데 이는 향후 부동산의 주구매층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잠겨있는 상황에서 자산가치의 하락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 올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악몽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데, 자산 증가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본 베이비 부머가 이제 은퇴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쏟아낼 물량을 받아 낼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각종 부동산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려고 하였으나 현 정부 이후 그러한 안전핀은 해체되었고 초저금리하 과잉 유동성이 공급되어 버블 상승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기하면서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는 여전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이 증가하는데 가격이 뛰고 있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마치 IT 버블이 한참일 때 신경제 이론까지 등장하며 거품을 부채질했던 모양새와 유사하다. 결국 신경제는 허상이었고 IT버블은 참담하게 꺼졌다. 이제 부동산 불패의 신화도 그 종착역을 향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가계부채 700조 시대에 현명한 리스크 관리자는 단기적 대응 보다 장기적인 계획과 예측이 필요하다.
그런데 리스크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위기를 빠르게 감지해야 할 감독당국과 일부 금융기관의 경영진들은 현재 금융기관이 준수하고 있는 LTV(담보대비여신액), DTI(소득대비부채비율), 그리고 충당금 적립률 수준이면 금융위기를 만들어낸 미국이나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책은 베이비 부머의 대량 은퇴와 급격한 인구감소 추세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앞에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건설사의 줄도산 위기가 있었으나 4대강 사업으로 위기를 간신히 지연시켰고 2금융권의 주택담보 연체율 지표는 심상치 않은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금융청 소속 아야마 토모코 수석연구원이 지난 12월 IMF에 발표한 일본의 사례연구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일반적인 상황에서 적립한 충당금은 실제 부동산 버블 붕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 자산버블 붕괴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므로 금융시스템도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아야마가 제시하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금융기관들이 극도의 경기침체기에도 도산을 피하기 위해서는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는 동태적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며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 및 리스크 측정 테크닉 고도화를 포함하는 위기 대응 생존전략을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다가오는 위기를 대비하여 손실이 얼마나 크게 일어날지, 일어날 경우 어떻게 해야 할 지,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자본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장기적 관점에서 마련해야 할 때가 왔다. 맑은 날 비올 때를 대비하듯 위기는 대비할 때 기회가 된다.
다시 한번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자임을 상기할 시기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