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구매해야 매상이 오르고 할인판매점의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판매업자끼리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모습은 대부분 시장에서 발견되는데 펀드판매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주요 국가의 펀드판매시장은 판매회사가 과거처럼 계열회사 펀드를 우선 권유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펀드를 판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투자자의 재무상태와 재무목표 등을 감안하여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자문서비스의 경우 투자자의 이익을 보다 더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하여 자문과 판매를 완전하게 분리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자교육재단은 펀드판매시장의 구조개선이 투자자 교육 및 투자자 보호의 궁극적인 해답이라는 판단 하에 국내·외 펀드판매시장의 변화를 살펴보고 우리 시장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1996년 11월 11일 하시모토 당시 수상이 2001년을 목표로 일본의 금융시스템 개혁 (소위 일본판 빅뱅) 추진을 선언한 이후 일본의 금융시스템, 특히 증권시스템은 크게 변화해왔다.
원래 목표 시한이었던 2001년을 지나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금융시스템 개혁 추진의 성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시장이 적어도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 일본의 금융시스템 개혁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본격적인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 일본 경제는, 부실채권의 미흡한 처리로 금융경색이 초래되었다.
1996년 들어서는 금융기관들의 도산이 출현하는 등 악화일로에 빠지자 당시 일본경제신문은 고도로 규제되어 운영되던 일본의 금융시스템이 단숨에 대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융시스템 개혁 추진은 이런 상황 인식 하에서 시작되었다. 전통에 얽매인 런던 국제금융시장의 쇠퇴에 위기감을 크게 느낀 영국정부가 1986년에 단행한 원조 빅뱅(증권제도의 대개혁)에 견주어 “일본판 빅뱅”이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일본판 빅뱅의 궁극적 목적은 은행 예금 등에 집중되어 있는 일본의 풍부한 가계금융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해서 지속적인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데 있었다. 목표시한은 원래 2001년이었지만 제2의 빅뱅이라고까지 불리는 2006년 금융상품거래법 제정을 거쳐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 피해를 입은 투자자의 사법적 구제 강화
일본의 금융시스템 개혁이 진행되면서 금융제도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변화가 진행되었다. 그 가운데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2000년 5월에 제정된 “금융상품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다.
금융시스템 개혁을 추진해 나가면서 일본 정부는 기존의 허술한 금융 서비스 이용자 보호체제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즉, 투자자보호조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예금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일본 국민들을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금융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제정한 법이 “금융상품의 판매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유가증권과 파생상품 거래뿐만 아니라 예금과 보험 등을 포함한 여러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업자에 대하여 적용된다.
이 법은 금융업자에게 원본손실의 우려가 있다는 등의 중요 사항에 대하여 투자자에게 설명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투자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의 취지는 과거에는 금융업자에 대한 행정적인 규제가 중심이었고 투자자에 대한 사법적인 구제가 충분하지 않았던 문제를 크게 해소시키는 데 있다.
이전에도 판매업자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는 그 피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었지만 이 법에서는 민법의 일반 원칙에 비해 투자자에게 훨씬 유리하게 만들었다. 즉, 투자자의 손해액을 예정하고 있으며, 손해의 입증책임도 완화해서 투자자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도 손해액을 예정하고 있으나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은 여전히 투자자가 대부분 부담한다는데 아쉬움이 있다.
◇ 증권(금융상품)중개업의 도입과 시장구조 개선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유가증권 투자의 저변 확대를 위해 2004년 4월 1일부터 “증권중개업”이 도입된 것이다. 증권중개업은 일반 기업이나 금융기관, 개인이 증권회사에서 업무위탁을 받아 투자자에게 유가증권 등의 거래를 권유하고, 투자자의 매매주문을 증권회사에 중개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2004년 12월부터는 대형 은행들도 참여가 허용되었다.
증권중개업을 영위하려면 소정의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금융청에 등록해야 하는데 2009년 말 현재 557명(개인 및 법인)이 등록하여 2005년 3월말 현재 271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편의점이나 토요타 자동차 판매회사 등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업자들도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증권중개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이 열려 있다.
2006년 증권거래법이 폐지되고 금융상품거래법이 제정되면서 “증권중개업”은 “금융상품중개업”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자문업과 관련이 있는 증권중개업이 개인에게 허가되었으므로 개인 자문업의 허가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개인에게 금융업이 허가되지 않고 있다.
투자자가 중심이 되는 시장의 진척
일본의 금융시스템 개혁의 성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살펴 본 “금융상품의 판매에 관한 법률”이 의도한 투자자에 대한 사법적인 구제 강화 효과에 대해서도 실제 소송에 있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제정된 이후 일본의 투자상품 판매업자 특히 펀드 판매회사들이 설명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투자자보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도입된 지 7년이 되어가는 “증권중개업”의 성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증권중개업자로 등록하는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2005년 3월말 이후 2007년 말까지 39명만 등록했던 것에 비하여, 2008년 148명, 2009년 95명이 등록하는 등 최근 등록이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2009년 12월말 현재 개인으로 등록한 자도 152명에 달해 전체 등록자 557명의 27%를 차지하는 등 독립적이라고 볼 수 있는 증권중개업자가 늘고 있다. 즉, 개인에게 자문업이 허용되어 투자자의 재무설계에 맞는 포괄적인 권유까지 가능하게 된다면 미국의 독립 재무상담사(Independent Financial Adviser, IFA)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의 금융시스템 개혁 효과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적어도 투자자보호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태도 변화 및 독립적인 금융 전문가가 투자자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시장구조를 어느 정도 구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은 인정된다. 일본의 금융시장을 흔히 후진적이라고 말하지만 어느 틈에 그 일본에도 이미 바람직한 변화가 진행 중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