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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칼럼] 경영진 의지와 리스크관리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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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5-31 19:11

엄덕용 F1컨설팅 컨설턴트

[F1칼럼] 경영진 의지와 리스크관리
경영진의 의지없이 감독당국의 규제에 대응하는 리스크관리는 효과 없어

UBS 대규모 손실도 경영진과 일선 리스크 담당자의 의사소통부재로 밝혀져

지난 4월 이후 연재되고 있는 F1의 리스크 칼럼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리스크관리 문화에 대한 강조이다. 효과적인 리스크관리의 성패는 리스크를 측정하는 방법론이나 모형 등 통계적 도구의 정교함보다 회사의 리스크 관리문화 수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최근 금융위기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를 성숙한 리스크관리 문화 구축의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고 정부지원을 받게 된 금융회사와 그렇지 않은 금융회사의 차이를 리스크관리 문화 측면에서 살펴보면, 크게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리스크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이고, 다른 하나는 실무자들의 능동적인 리스크관리 태도이다.

경영진이 전사적 차원에서 리스크관리 활동을 장려하고 리스크 증가에 따른 내부통제를 강화하려 했던 의지의 차이가 금융위기시 발생한 손실규모의 차이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기업은 트레이딩 부서 등 일선 부문들과 그룹의 리스크관리부문이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하여 회사의 리스크 수준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리스크에 대한 통제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려고 하였다.

금융위기 초기에 시장 혼란이 가중됨에 따라 회사내에서 이러한 논의들은 더욱 활발해졌으며, 결과적으로 손실을 최소화한 기업들은 경영진과 일선 리스크관리 담당자들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으로 전 조직에 걸쳐 시장에 대한 정성 및 정량적인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사소통 활동은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하여 미래지향적인 시나리오 분석을 이끌어 냈으며, 이를 통하여 금융위기 초기에 헤징전략을 실행하여 다른 회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대규모 손실을 입은 기업들은 실무자들이 파악한 시장정보가 회사의 계층적 구조를 통해 최고경영진에 보고될 때 중간에서 필터링되어 결국 경영진과의 정보 공유에 있어서 지연과 왜곡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례로 유동화 자산에서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스위스 UBS은행의 내부 분석보고서(Shareholder Report on UBS’s Write-Downs, 2008년 4월)에 따르면, 계층적 구조를 통해 보고되는 과정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위험 정보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실무자들의 위험경고도 상당 부분 무시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회사내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구조는 수익성 제고를 위한 경영진의 모기지 사업 확장결정에 따라 점증하는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risk response)에 대한 논의 부재를 가져오게 되었다. 즉,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기업의 경영진들은 리스크관리 관련 내부 의사소통 미흡에 의해 결국 자신들에게 닥친 위험과 그로 인한 손실을 적시에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해외사례에 비추어 볼 때, 국내 금융회사의 경우에도 경영진 및 리스크 관련 위원회에 대한 보고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리스크 관련 정보공유를 위한 상하향 의사소통체계가 활발하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손실을 최소화한 기업들의 경우 경영진의 리스크관리에 대한 의지와 함께 실무자들이자발적으로 능동적인 리스크관리를 하고 있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장의 혼란이 발생하자 이들 기업들의 트레이딩 부서와 리스크관리 부서 실무자들은 자신들이 산정한 가격 예측치를 검증하기 위하여 이론적 모형에만 의지하지 않고 관련 자산의 작은 부분을 매각하여 실제의 시장가격을 파악하려고 하였다.

이들 기업의 실무자들은 시장이 해당 익스포져에 대한 신뢰성 있는 가격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상황인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즉, 능동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한 기업들은 변화하는 금융시장의 환경에 맞추어 리스크 수준의 적정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단지 감독당국의 규제에 대응하는 소극적 수준의 리스크관리가 아닌 시장과 가장 가깝게 있는 실무자들이 자체적으로 리스크관리상 취약점을 파악하고 그러한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온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규모 손실을 통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수의 회사들은 자산의 가치평가를 위한 내부 절차를 활용하지 않고 신용평가회사들이나 채권평가 서비스와 같은 외부의 평가에만 의지하여 자신들의 익스포저에 대한 가치를 산정하려고 하였다.

그에 따라 이들 기업들은 최상위 등급 자산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들과 복잡하게 얽혀 쉽게 파악되지 않는 연계 위험들에 대하여 적절한 평가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손실을 입지 않은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자신들의 기존 내부 신용평가 절차들을 개선해 나가고 있었다는 점과는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결국 이러한 능동적인 리스크관리의 실행 여부가 금융위기 발생시 금융회사들의 손실규모 차이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비록 한발 늦었지만 소극적인 리스크관리를 수행해 온 이들 회사들은 기업내 리스크관리 인식을 제고하기 위하여 전사적 차원의 여러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바젤위원회를 비롯한 각국 감독당국들은 현행 금융규제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과거 자율성 보장의 원칙 중심의 감독에서 정량적 수치에 기초한 규율 중심의 감독으로 다시 회귀하려는 분위기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향후 규제와 감독이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경영진의 리스크관리에 대한 의지를 바탕으로 기업이 자체적으로 능동적인 리스크관리 문화를 갖지 않는다면 여전히 효과적인 리스크관리를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복잡해지고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금융회사의 능동적인 리스크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경영진의 리스크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적극적인 태도의 변화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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