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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과 가치투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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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1-21 22:02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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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과 가치투자
시장이 비관에 빠질수록 가치투자 기회는 더 늘어

전세계적 통화팽창이 자산가치에 미칠 영향도 고려

하늘을 나는 기적으로 미궁에서 벗어났지만 태양 가까이 날아갔다가 끝내 깊은 바다로 추락한 희랍 신화 속의 이카루스. 세계경제는 이카루스처럼 분수를 모르고 너무나 높이 날아갔던 것 일까. 허공 속에서 날개를 잃고 끝없이 추락하는 그 서늘한 두려움을 우리는 2008년 금융위기와 주식시장의 폭락을 통해 체험할 수 있었다.

화재로 불타오르는 방에 갇혀 있다면 옷이 조금 그을린다고 해서 타오르는 불길로부터 벗어나는 걸 주저하진 않을 것이다. 작년 가을 리먼브러더스의 역사적인 파산선언 이후 신용경색이 대두됐을 때의 주식시장이 그랬다. 상상을 초월하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전세계를 휩쓸었고 주식, 채권 구분할 것 없이 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하고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데 모든 것을 걸었다.

가치투자가 이야기하는 안정적인 투자 역시 공포에 휩싸인 시장의 파고 앞에 큰 힘을 쓰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가치투자가 안정적인 것은 투자의 기반을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예측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실에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모든 사실들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우울한 전망에 모두 압도당해버렸다. 설사 주식시장에 계속 머물러 있는 투자자들이라 해도 필요할 때 현금으로 쉽게 교환할 수 있는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주로 몰려 들었다. 거래량이 적거나, 좋지 않은 풍문에 노출된 종목은 기업가치에 대한 기본적인 논리를 무시한 무차별적인 폭락을 경험했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함께 워렌 버핏의 투자철학에 영향을 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투자의 대가 필립 피셔는 보수적인 투자자는 언제나 편하게 잘 수 있다고 말했지만, 작년 가을의 혹독한 시장 상황에서는 제 아무리 보수적인 투자자라도 쉽게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해가 바뀌고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노력으로 금융시장의 뒤틀린 문제들이 조금씩 풀려나가고 있지만, 늘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경제 상황이 아직까지 모든 기대를 억누르고 있다. 시장상황이나 경제전망 보다는 개별 기업의 가치에 주목하는 가치투자의 논리로 지금의 주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의 우울한 상황이 가치투자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새로운 기회’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가치투자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기업의 가치와 가격간의 차이를 이용하는 투자 방식이다. 하지만, 수많은 투자자들과 분석가들로 가득한 시장에서 가치와 가격의 괴리가 발생하는 일이 그렇게 흔한 것만은 아니다. 정상적인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잠시 멀어졌거나 심각한 오해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우량 기업을 찾는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그 어느 때보다 비관적 전망이 가득한 시장에서는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부정적 요소들에 시장이 과민반응하여 정상적인 기업가치 이하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중소형 가치주들은 금융위기와 신용경색이 발발하면서 유통되는 주식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가치와는 무관하게 무차별 매도의 대상이 됐다. 시장이 비관에 빠지면 빠질 수록 이런 일들은 더 많아지고 가치투자의 기회는 점점 더 늘어나게 된다.

우량기업의 주식을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인다는 점에서 가치투자는 바겐세일을 이용하는 쇼핑과도 같다. 불황이 깊어질 때 유통업체가 바겐세일로 판촉활동을 벌이는 것처럼, 주식시장에서도 전망이 비관적일수록 주식의 바겐세일이 벌어질 확률은 높아진다. 그렇지만, 기회가 늘어났다고 해서 투자 자체가 쉬워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예측하기 쉽지 않는 경제 상황에서의 기업의 ‘우량함’이라는 것 역시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짐 콜린즈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저서에서 모범적인 경영사례로 거론되던 패니메이는 금융위기를 거치며 국유화됐고 서킷시티는 파산을 발표했다. 반도체, LCD, 휴대폰 등 주요 사업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도 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미국의 빅3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라는 영예를 얻은 일본의 토요타 역시 적자로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불안한 시장은 더 많은 기회뿐만 아니라 더 많은 위험도 안겨준다. 평소보다 더 엄격하고 날카로운 기준으로 가치투자의 대상을 선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가치투자에 있어서 기업가치는 기업의 보유자산과 수익창출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경제 상황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자산가치가 줄어드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치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우량기업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산가치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의 변동에 따라 보유 지분의 가치가 급락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리스크에 노출된 금융자산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또한 전세계적인 양적 통화팽창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물가변동에 자산의 가치가 받을 영향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기업의 수익가치는 외부환경의 영향에 더욱 민감하고 변동성도 더 크다. 기업의 핵심역량을 파악하고 그것이 시장 경쟁구도 속에서 유지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경기 후퇴 진행에 따라 수요위축 등의 상황변화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도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

금융위기와 신용경색으로 촉발된 현재의 경제상황은 가치투자자들이 우량주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단지 가격이 폭락했다는 이유로 혹은 벨류에이션 지표가 매력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된다. 기회와 위기는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오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신중히 투자 대상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요즘 누군가 최근의 심경을 물어오면, 봄을 기다리는 겨울 농부와 같다는 대답을 자주한다. 계절이 바뀌면 따듯한 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겨우내 농기구의 날을 세우고 좋은 씨앗을 고른 농부와 그렇지 않은 농부가 맞이하는 봄은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준비와 분석으로 시장을 대한다면, 훗날 최근의 우울한 주식시장을 큰 수익을 얻게 된 기회의 시작이었다고 회상할 수 있을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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