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싣는 순서 -
1. 글로벌 위기의 뿌리
2. 이머징 국가가 더 어렵다
3. 글로벌 위기해법의 전제 조건
4. 위기 극복과정의 변수들…
5. 한국의 대응과 준비
6. 자산시장 전망
모든 위기에는 그에 상응하는 원인이 있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글로벌 위기 속에서 우리는 과연 정확한 인식과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통상적으로 위기의 원인에 대하여는 깊이 있는 분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제시한 해법은 오히려 사태만을 악화시킨다.
앨런 그린스펀 마저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라고 한 글로벌 금융위기. 그 위기는 이제 막 유동성위기에 대한 긴급 처방만을 내려 논 상태다.
이에 본지는 2008년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글로벌 위기의 해법은 무엇인지 전문가 기고를 통해 6회에 걸쳐 정리해 본다.
본 기고는 최근 ‘글로벌 위기 이후’라는 저서를 통해 주목을 받고 있는 대우증권 홍성국 센터장이 맡았다. 〈편집자 주〉
역사상 최초로 발생한 인류 공동의 글로벌 위기는 근본적인 사회 시스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임시적 조치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한다 해도 근본적 문제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없다면 오히려 문제 해결을 지연시킬 수 있다.
아직 글로벌 위기의 진행방향을 예상하기는 빠른 시점이다. 잠재된 불안요인이 산재한 상태에서 각국 정부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응책으로 위기에 대응 중이다. 그러나 구제안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전대미문의 시스템 위기이기 때문에 글로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 처방을 위한 원칙과 전제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정확한 인식과 체제 개편 의지
우선, 글로벌 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해결의 출발이다. 각국 정부의 다양한 구제책으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는 인류의 삶 모든 분야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로 봐야 한다. 10년 전의 닷컴 버블이나 네덜란드의 튜립 투기와 같이 역사상 존재했던 수 많은 거품 붕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직도 세계는 신용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자금시장의 동맥경화와 부동산, 주식, 채권 등 모든 자산가격의 급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고, 주식의 경우 세계 전체의 시가총액이 2007년 11월 이후 1년 만에 30조 달러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부동산, 원자재 가격 하락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자산 감소 규모는 추정조차 어렵다. 더군다나 세계는 심각한 공급과잉에 빠져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도 우려되고 있다. 기업들도 성장보다는 생존 이 중요해 졌다. 투자를 늘릴 수도 없다. 문제는 선진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동일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추가적으로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 등 소비와 연결된 부실, 기업과 개인의 부채 증가까지도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아직도 위기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시점이 아니다. 상업은행의 적자도 일반화될 수 있고 제조업체들의 생산력 감축과 구조조정도 일반화되면 소비 감소의 악순환까지도 대비해야 한다.
미봉책으로 글로벌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응, 여기에 새로운 체제를 만들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번 글로벌 위기를 예상했던 사회학자인 이매뉴엘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은 2025년까지 세계체제를 모두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경제, 국제질서 등 세계 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할 만큼 세계는 중병에 걸려있는 것으로 그는 주장했다. 즉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신자유주의 운영체제를 상당히 손봐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고 있는 모습이다.
◇ 신뢰의 복원
글로벌 위기로 시장은 현재중심으로 보수화되고 있다. 금융자산뿐 아니라 모든 자산의 가치를 불신하고 있다. 거래의 계약 이행에 대한 신뢰도 약화되었다. 따라서 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 이후 당면한 과제는 세계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복원이다.
세계화된 환경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국가간의 공조체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가 심화된다. 유럽에서 경쟁적으로 자국 예금의 전액 보호가 이루어진 것은 특정국가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가 도미노 현상으로 확산된 결과다. 향후 위기 수습과정에서 국가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국제공조가 깨질 경우 세계는 바로 2차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공조는 군사력, 외교력, 경제력을 겸비한 국가의 리더쉽으로 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국가의 속성상 위기국면에서는 자국의 이해에만 집중하게 된다. 리더쉽을 발휘할만한 국가들도 자국문제 해결이 버거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신정부가 글로벌 리더쉽을 발휘하기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단기적으로 신뢰의 복원이 가장 절실한 것은 금융기관이다.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자산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 현재국면이다. 금융기관을 불신하기 때문에 환율, 금리가 불안정하고 기업 구조조정도 지연되고 있다. 따라서 차후 발생할 부실요인까지 감안한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기업, 개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상업은행의 안정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선결조치이다. 많은 공적 자금을 투여하고도 상업은행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글로벌 위기 해결은 요원하다. 2008년 2분기말 현재 상업은행의 대손충당금은 2005년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연체금액이 대손충당금 적립금액 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 모럴헤저드의 제거
모든 금융 위기는 사회화된다. 잘못은 금융기관이 저질렀지만 책임은 사회 전체가 부담한다. 글로벌 위기라는 전대 미문의 사건은 유일하게 정부만이 해결 주체가 된다. 정부가 금융기관과 기업에 무제한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금융기관 지원 명분이 약하다. 피해자인 국민들을 설득할 방법이 별로 없다.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의 명분과 리더쉽 강화를 위해서 부실 책임자의 처리와 향후 발생할 모럴헤저드를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대부분의 금융기관과 기업에 공적자금이 투여되면서 국유화 과정에 진입했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차원의 시장 규율과 규칙이 필요하다.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 안정을 위한 정교한 규칙 마련이 요청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4조 위안의 공적자금 투입과정을 감시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를 마련한 점을 참고해야 한다.
◇ 미국의 자구 노력
미국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은 결국 글로벌 위기 해결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05년 미국의 신용평가 기관인 S&P는 2025년이면 미국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인과 연방정부의 과소비가 어우러진 것이 글로벌 위기의 본질이다. 따라서 저축률이 ‘0’이면서 1시간에 거의 1억 달러를 차입해서 소비하는 미국의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의 재구축 움직임이 빨라진다면 글로벌 위기 해결의 청신호가 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시스템을 정상화하고 재구축하기에 미국만의 예외성을 강조하는 ‘미국주의’는 너무 깊게 착근되어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구조와 소비행태의 변화가 세계의 안정성에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미래를 위한 인류 공동 투자
세계 어느 국가나 경기 부양을 위해 1930년대 뉴딜 정책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투자에 앞서 경제구조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디플레이션이 엄습한 1990년대 이후 정부가 대규모로 SOC 투자에 나섰지만 경기회복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은 과잉투자로 경제에 짐이 되고 있다.
경기부양이 급하기 때문에 깊은 숙고 없이 사회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미래의 사회변화를 대비한 투자가 절실하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시대를 준비하고, 맞벌이 가정을 위한 자녀 양육지원과 같은 세밀하고 사회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 1~2년의 경기가 아니라 적어도 20년 이후를 준비하는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 다행히 각국 정부의 친환경 투자가 경기부양책의 중요한 내용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성장의 보완재가 아니라 녹색 중심 성장으로 경제 전체의 성장이 가능하도록 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투자가 세계적 차원에서 시행된다면 글로벌 위기는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Green(환경에 대한 투자) is green!($의 색깔이 녹색)’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