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말 현재 은행들의 기본자본비율은 평균 8.28%이다. 하지만 최근 대출 부실화 등이 나타나면서, 각 은행들의 기본자본 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이 나서 시중은행들에게 기본자본 비율을 높이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배당 억제나 증자 등의 방법이 있고,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도 고려할 수 있다. 기본자본의 15%이내에서 발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채권은 매년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며, 만기가 30년으로 길어 주식과 같이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일부 은행계 지주회사들의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은행에 증자하는 방법으로 기본자본 비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주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채권 발행이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은행지주 자회사 형태가 아닌 순수 은행들의 경우는 증자 등을 통해 기본자본 비율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지방은행인 부산·대구은행 등은 20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의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대구은행도 약 2000억원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국민·하나 등 시중은행들도 시장 상황에 따라 하이브리드채 발행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9월말 현재 기본자본은 14조3800억원으로 하이브리드채권을 2조214억원까지 발행할 수 있다. 이미 9037억원을 발행한 국민은행은 앞으로 1조1177억원의 추가 발행 여력이 남아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9월말 현재 기본자본 비율이 9.17%로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모회사인 KB금융지주의 지원을 받아 증자할 계획인 만큼, 현재는 하이브리드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아직 8000억원 가량의 하이브리드채권을 추가 발행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발행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3000억원 가량의 여력이 남아 있지만, 현재까지는 발행여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신한은행의 경우는 이미 발행한도를 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지주회사 자회사 형태의 은행들이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에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8%대의 높은 금리도 문제지만, 채권을 매입할 주체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을 결의한 부산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롯데그룹이 300~400억원 규모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른 은행들은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못해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은행연합회에서 가진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이 채권시장안정펀드가 하이브리드 채권을 사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는 증자보다는 다른 형태의 방법으로 자본 확충을 추진할 수 있다”며 “지주회사의 경우 선순위채 발행을 통해 은행에 증자하는 방법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타 은행들은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등의 형태로 자본조달을 시행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하성·박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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