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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주성식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8-12-08 09:03

한 여자가 이웃에 사는 변호사를 찾아가 개가 이웃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변호사는 “그거야 당연히 개 주인이 물어줘야죠”라고 답했고,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댁의 개가 우리 가게에서 2만원어치 고기를 물고 갔어요”라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잠시 당황한 변호사, 이내 표정을 태연스레 바꾸며 대꾸한다. “8만원만 주십시오. 변호사 상담비용이 10만원이거든요!”

변호사 상담수수료와 관련된 우스개소리다. 하지만 변호사 사무실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30분 상담에 ○만원’이라고 씌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법률상담을 받는 것, 즉 변호사로부터 필요한 법률지식을 사는 것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인 셈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은 비단 변호사뿐만 아니라 세무사, 회계사, 변리사 등 다른 전문직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들의 고객들 또한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바로 CFP, AFPK 등과 같은 재무설계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재무설계사는 금융상품과 관련된 투자 및 보험설계는 물론 부동산, 은퇴, 세무, 상속 및 사업승계설계에 이르기까지 한 개인의 생애주기와 관련해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갖춘 전문적인 지식은 변호사, 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 종사자들의 그것에 비해 결코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로부터 재무설계 상담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은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만약 재무설계사가 상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다면 아마 고객들은 상담을 받고 상품을 구입해줬으면 되는 것이지 상담료까지 따로 낼 필요가 있느냐고 화를 내거나, 조용히 다른 금융기관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고객뿐만 아니라 재무설계사 스스로도 상담의 대가를 받을 생각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바로 우리나라 재무설계 시장의 상황이 상담수수료(fee)가 아닌 금융상품 판매수수료(co mmission) 중심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독립법인대리점(GA)이 독립계 재무설계(FP)회사를 표방하며 상담수수료 문화의 정착이라는 이상을 위해 금융상품 판매보다는 재무설계 서비스 제공에 더 비중을 두는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거의 모든 재무설계사들이 은행, 증권, 보험사 등 여러 금융기관에 소속돼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러한 상담수수료 문화의 정착은 요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얼마 전 기자가 잘 알고 있는 한 GA사가 두 개로 나뉘어졌다. 속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 바닥에서 (이유야 어떻든) 회사 내 하나의 조직이 독립해 나와 또다른 GA사를 만드는 일이야 흔하디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분사가 기자의 흥미를 끌었던 것은 바로 앞서 말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생각이 상이한 두 조직이 결국 각자의 길을 택한 그 속사정이 다른 곳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힘들기는 하지만 올바른 재무설계 문화의 정착을 위한 길을 걷겠다는 측과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상 시기상조이니 아직까지는 금융상품 영업활동에 좀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측 중 지금 당장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어 보인다. 어쩌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고민해야 할 풀지 못할 숙제일지도 모른다.

비단 일천하기만 한 우리나라 재무설계 역사를 들먹이지 않아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더 나은 이상을 찾으려는 노력(열정)과 현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이성(냉정)과는 언제나 괴리감이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주성식 기자 juhod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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