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은행들이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융시장 여건이 개선되는 대로 증자 등의 기본자본 확충을 통해 BIS비율의 질적 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부실채권 증가와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해 BIS비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바젤Ⅱ의 경우 대출을 받은 기업이 연체를 하지 않아도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위험자산이 증가해 BIS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BIS비율이 하락 하면서, 은행들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BIS비율을 끌어올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시중은행이 올해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후순위채 규모는 6조1000억~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2조9000억원)의 2배를 상회하고 있다.
은행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연구소는 “기본자본의 100%까지 발행할 수 있어 대규모의 자금조달이 가능, 은행들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소는 “기업대출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현재 여건에서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시장 악화로 증자를 통한 기본자본 증액에 나서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연구소는 후순위채 발행은 조달금리가 높기 때문에 지나치게 발행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해당 은행 경영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후순위채 특성상 일반채권에 비해 조달금리가 높아 향후 은행들의 수익성 저하 및 궁극적으로 대출금리 인상을 야기할 것”이라며 “은행 스스로 과다한 후순위채 발행을 지양하고, 증자나 배당자제를 통한 내부유보 등으로 기본자본을 높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구소는 은행의 BIS비율 하락의 주요인으로 ‘대손충당금 증가’, ‘유가증권 평가손실’, ‘국민은행의 경우 자사주 매입’ 등을 꼽았다.
연구소는 “기업 및 신용카드 대출에 대한 부실채권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2조5000억원이던 대손충담금이 올해 같은기간 4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며 “또 주식시장 침체와 채권가격 하락으로 은행들이 보유한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민은행은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서 4조2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자기자본이 감소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이같이 은행 BIS비율 하락으로, 무역관련 금융이 축소되고 은행의 기업대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소의 주장이다.
연구소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BIS비율 개선 및 외화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위험 가중자산 항목에 계상되는 수출입금융을 축소하고 있다”며 “수출입금융 축소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일부 대기업도 은행권의 수출환어음 매입 축소나 수입유전스 개설거부 등 으로 자금융통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자체신용 등을 통한 자금융통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압박이 심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BIS비율이 하람함에 따라 은행은 위험자산인 기업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수출입기업의 경색된 자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수출입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 시행하면서, 무역관련 금융경색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연구소는 전망했다.
그러나 기업들에 대출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연구소는 예상했다. 연구소는 “은행들이 BIS비율 개선이라는 이슈에서 벗어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신용위험 또한 높아지고 있어 기업 자금사정 경색의 근본적 해소는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들의 BIS비율 악화 가능성이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위험자산인 기업대출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