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위원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시장 투자설명회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의 경우) 새로운 짝짓기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10년전 외환위기 당시의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다시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이에 전 위원장은 모 언론과의 접촉에서 은행에 대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한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전 위원장발언은 BIS비율 끌어올리기 등 건전성을 개선하라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판단하고 있다”며 “시장의 여건상 현재로서는 정부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에 따라서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권 구조조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미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과 정부가 민영화 방침을 밝힌 산업은행, 우리금융, 기업은행 등을 통해 정부가 직접 2차 금융산업 구조개편을 주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내년 이후 은행권 M&A가 본격화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선 시장에 나와 있는 외환은행의 매각이 관심의 대상이다.
국민·하나은행 등은 외환은행 인수에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이 현실화되면 자연스럽게 은행권은 ‘M&A’폭풍에 빠져 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외환은행은 현재 전세계 23개국 46곳의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은행중 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으로 인해, 국내 시중은행들은 외환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리테일부문의 강자인 국민은행은 해외 네트워크가 강한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금융도 외환은행 인수 등을 통해 선두권 은행으로 성장을 꾀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금융의 민영화 등을 통해 정부가 은행권의 ‘M&A’를 주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이런 ‘시나리오’가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상황에서,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의 민영화를 조기에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소기업 지원 등에 정부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국책은행의 민영화 일정도 미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은행 관계자도 “외환은행을 제외하고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향후 2~3년간 국내에서 대형 M&A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며 “또 여유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각 은행들이 M&A에 나설 수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M&A대상도, 여력도 없는 상황에서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M&A’를 언급한 것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