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개 은행들은 정부의 지급보증과 관련해 MOU 세부추진계획서를 금감원에 제출한 상태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들이 제출한 계획서에는 ‘은행장 등 임원 연봉 삭감과 스톡옵션 축소’, ‘정부의 대지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계획’, ‘실물경제에 대한 유동성 공급 지원 방안’, ‘자본확충 계획’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하지만 ‘임직원의 연봉 삭감폭 및 주주 배당 문제’,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 기준’ 등에 대해 정부와 은행들이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은행의 경영합리화와 관련해 ‘임직원의 연봉 및 보수체계를 단기성과가 아닌 장기업적 평가 위주로 개편할 것’과 ‘배당수준 적정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 일각에서는 “임직원들의 연봉 삭감 폭까지 기준을 정하고, 주주들의 배당금까지 간섭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각 은행들이 제출한 계획서에는 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연봉 삭감 범위나 기준, 그리고 삭감폭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은행장 등에 대한 연봉삭감이 언제, 얼마나,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은행에 대해서는 임원 연봉 삭감폭 등에 대해 명확하게 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 금감원 임원들은 연봉을 10~30%를 자진삭감하며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주례임원회의에서 “금융·경제 불안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과 아픔을 공유하고, 현 위기상황을 함께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원장은 30%, 임원진은 10% 자진 삭감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연봉을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든 책임을 은행 임직원들의 ‘임금’탓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며 “은행의 경영악화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직원들의 연봉 삭감폭을 늘리고 있지만, 정부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느낌도 든다”고 밝혔다.
‘주주 배당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은행들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배당금 축소’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일률적인 잣대로 ‘배당금 문제’를 다루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행권은 “외국인 주주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배당율 축소 폭이 크게 되면 외국인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배당수준을 적정하게 유지하라는 것일 뿐, 강제적으로 요구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번 계획서에 따르면 배당 축소 계획에 대한 각 은행의 편차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유동성 지원 문제’도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은행들을 비판하며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은행들이 부실한 기업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늘리게 되면 더 큰 금융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물경기 악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수출기업 및 중소기업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따를 생각”이라며 “하지만 기업 대출 판단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도 성명을 통해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압박에 못 이겨 투기등급업체까지 대출을 할 경우 중소기업의 부실은 그대로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제 2금융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불이행 은행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