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산업의 대형화’, ‘정부소유 은행의 원활한 민영화’, ‘은행자본 확충을 통한 금융시스템 안정성 제고’, ‘은행 경영지배구조 개선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경쟁력 강화 등 금융발전을 위해 소유규제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며 “산업자본의 한도를 10%상향조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산업자본에 대한 적격성 사전심사와 사후 감독을 강화한 만큼, 소유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은행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은행권 노조는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은 “이번 개정안은 한마디로 산업자본, 즉 대기업의 은행 간접 소유를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으로 경영권 방어, 자금 조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또 ‘산업자본의 우월적 지위남용 등 경제력 집중의 폐해’, ‘산업자본인 대주주에 대한 부당지원과 사금고화 가능성’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어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배를 통해 효율을 제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LG카드의 경영실패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계열사 지원 등으로 인해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금융회사가 독립금융기관보다 오히려 경영성과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도 “금산분리 원칙은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사금고화 등의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뿐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도입돼 있는 보편적 원칙”이라며 “‘금융-비금융’ 혼합결합 기업집단이 존재하는 경우, 금융계열사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보유자산을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도 “이번 개정안으로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은행이 보유한 고객정보는 물론 고객의 예금을 무기로 경제 전체에 재벌의 전횡이 만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자본인 LP의 PEF 출자 지분이 30%이상인 경우에만 해당 PEF가 산업자본으로 간주되도록 그 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경실련은 “산업자본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펀드 운영책임자를 배후에서 조정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는 사실상 사모펀드를 통해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도 “산업자본인 LP의 PEF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금융감독 당국의 사전심사나 사후감독을 통해 방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헌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산업자본의 은행업 지분 확대는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